회원제·비공개 거래…금투협, 장외시장 활성화 박차

'큰손' 전문투자자들끼리 비상장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장외주식시장인 한국판 '나스닥 프라이빗 마켓'이 올해 안에 문을 연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금융투자협회는 연내에 '전문투자자 전용 장외거래 플랫폼'을 선보일 계획이다.

금투협은 연기금이나 기관 등 전문투자자들이 비상장 주식을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는 장(場)을 만들어 이른바 '프리 IPO(상장 전 투자유치)' 시장을 본격적으로 활성화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전문투자자용 장외시장은 미국의 '나스닥 프라이빗 마켓(NASDAQ Private Market)'에서 벤치마킹했다.

미국의 장외시장은 기존의 OTC(Over The Counter) 마켓과 나스닥 프라이빗 마켓이 이끌고 있다.

특히 나스닥 프라이빗 마켓은 최근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며 일일 거래대금이 2조원에 육박할 만큼 성장했다.

이 시장 참여 투자자들은 일종의 멤버십(회원제)에 가입해야 하며 모든 거래는 비공개로 이뤄진다.

한재영 금투협 K-OTC부 부장은 "현재 운용되는 K-OTC(한국장외시장)는 개인투자자가 대다수로 이뤄진 구조여서 시장 활성화 등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미국 장외시장에서 아이디어를 따와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전문투자자용 거래시장이 열리면 정체 상태에 있는 비상장 주식시장 규모가 대폭 확대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간 국내 장외주식 거래는 38커뮤니케이션 등 인터넷 카페에서 운영하는 사설 시장에서 주로 이뤄졌다.

주로 '부티크(유사투자자문사)'들이 매매를 중개하기 때문에 가격 불투명성은 물론이고 언제든 대금을 떼일 수 있는 위험이 있는 게 사실이다.

이에 따라 금투협이 2014년 8월 제도권 장외시장을 표방하며 K-OTC를 선보였으나 역부족이었다.

작년 8월만 해도 15억원에 달하던 일평균 거래액은 현재 4억∼5억원으로 3분의 1토막이 났다.

거래 급감의 '아킬레스건'은 바로 개인투자자들에게 물리는 투자 이익금의 10% 수준인 양도세였다.

K-OTC는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코스닥, 코넥스 등 증시 상장 종목과 역차별을 받는 데다 양도세 규정까지 적용돼 투자 실익마저 적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관투자자(법인)는 장외거래 시 양도세를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전용 거래시장이 열리면 그들끼리 주고받을 거래량은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 K-OTC에서도 벤처와 중소기업 주식을 시작으로 점차 양도세 폐지 범위를 넓히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금투협은 전문투자자용 장외시장 출범 준비와 별도로 양도세 폐지 논의에 나서는 등 K-OTC 활성화 사업을 다각도로 추진할 계획이다.

가장 먼저 벤처캐피탈(모험자본)이 일정 기간 투자 후 자금을 회수(exit)할 길도 열어주기로 했다.

금투협은 출자조합 등을 통째로 사고팔 수 있도록 특정 기업 지분 자체를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을 오는 9월까지 구축하기로 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기자 goriou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