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6월1일 오후 4시17분

현대중공업그룹이 하이투자증권을 올해 안에 매각하기로 하면서 회사 몸값과 매각 흥행 여부에 증권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투자은행(IB)업계가 보는 가격은 후하지 않다. 기껏해야 5000억원 안팎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 하나금융투자 메리츠종금증권 등 ‘종합금융투자사업자’ 도약을 추진하는 증권사나 국내외 사모펀드(PEF) 등이 인수전에 적극 뛰어들면 지난 3월 말 현대증권 입찰 때처럼 몸값이 크게 뛰어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마켓인사이트] 메리츠종금·신한금투·대신증권, 인수전 뛰어들까
◆엇갈리는 ‘몸값 예상치’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으로 현대중공업 손자회사인 현대미포조선이 보유한 하이투자증권 지분(85.32%)의 장부가액은 8261억원이다. 하이투자증권 지분 매각의 손익분기점이 8261억원인 것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08년 하이투자증권의 전신인 CJ투자증권을 7479억원에 인수했다. 인수 이후 현대미포조선 등은 2008년 549억원, 2010년 2563억원, 작년 1000억원을 하이투자증권에 출자했다.

IB업계는 하이투자증권의 매각 가치를 5000억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이 회사 자기자본(7139억원)에 현재 주식시장 증권업종의 주가순자산비율(PBR·0.7배)을 적용해 산출한 금액(7139억원×0.7배)이다. 한 증권사 IB본부장은 “하이투자증권은 뚜렷하게 특화한 사업이 보이지 않는다”며 “증권업계를 둘러싼 규제 및 시장 환경이 녹록지 않기 때문에 매각가격이 5000억원을 웃돌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도 인수자 측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 회사의 올 1분기 말 부동산 PF 등의 우발채무 규모는 1조1092억원에 달했다. 우발채무는 현재 채무로 잡혀 있지 않지만 돌발사태가 발생하면 채무로 확정될 가능성이 있는 각종 보증 등이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이 하이투자증권을 높은 가격에 팔려면 일정 기간 거래 물량을 제공한다는 보장을 해줘야 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 회사는 작년 관계회사를 비롯한 특수관계자들과 2조3985억원 규모의 채권 등을 거래했다.

◆누가 관심 보일까

일각에서는 하이투자증권의 자기자본 7139억원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통해 단숨에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올라설 수 있는 증권사는 많지 않지만 1조원대 중후반대의 자기자본을 갖고 있는 증권사들은 그 시기를 앞당길 ‘징검다리’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눈에 띄는 증권사는 메리츠종금증권이다. 이 증권사는 자기자본 3조원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지난해 4142억원의 유상증자를 진행했고 아이엠투자증권도 흡수합병했다. 지난 3월 말 기준 자기자본은 1조6676억원으로 불어났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메리츠종금증권의 그간 M&A(인수합병) 사례에 비춰볼 때 5000억원 미만이면 적극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 1분기 말 자기자본 2조4760억원으로 자기자본 3조원에 턱밑까지 근접한 신한금융투자는 현재 자체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지만 가격만 맞으면 인수 쪽으로 방향을 틀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신한과 경쟁관계에 있는 하나금융투자(자기자본 1조7912억원)와 대신증권(1조7082억원)도 매각 추이를 예민하게 지켜볼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증권 인수전처럼 PEF 등이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