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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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주식시장에 새롭게 진입한 기업들의 이상과열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작년 바이오·헬스케어와 같은 주도주(株)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유통주식 비율이 낮은 기업공개(IPO) 종목에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많은 전문가는 “기업 펀더멘털(기초체력)과 상관없이 단기 급등한 종목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다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며 업황의 안정성과 실적 추이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유통주식수 적은 새내기주 '투자주의보'
31일 해태제과식품은 전날보다 2.26%(800원) 오른 3만625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 11일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한 이 종목은 엿새 뒤 공모가(1만5100원) 대비 네 배(6만원) 가까이로 올랐다가 지금은 고점 대비 39.5% 떨어졌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해태제과식품 등 올 들어 상장한 기업을 중심으로 ‘묻지마 급등’ 현상이 나타난 뒤 급락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정보업체 와이즈에프앤에 따르면 올 들어 상장한 15개 종목(기업인수목적회사·SPAC 제외)의 상장 당일 상승률(공모가 대비)은 39.0%에 달했다. 15개 기업 중 11개 기업(73.3%)이 상장 당일 공모가 대비 두 자릿수 이상의 수익률을 올렸다. 이 같은 상승세는 상장 1주일 뒤(상장일 종가 대비 3.96% 상승)에도 이어졌다. 하지만 일정 기간이 지난 뒤엔 급락을 거듭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올 들어 상장한 기업의 상장 한 달 후 주가는 7.12% 하락(상장일 종가 대비)했고, 석 달 뒤엔 하락폭(-9.93%)을 키웠다.

전문가들은 유통 주식 비율이 적은 IPO 중소형주에 단기 매수세가 몰리면서 기업의 펀더멘털을 토대로 하는 ‘합리적 투자’가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장 당일 상한가를 기록한 해태제과식품과 용평리조트 등이 대표적이다. 해태제과식품의 상장 당일 유통주식 비율은 26.4%로 코스피200 기업 평균(53.8%)에 비해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여기에 공모주 청약 과정에서 주식을 일정 기간 팔지 않기로 약속한 기관이 53개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시장에 유통된 주식 비율은 10%대에 그쳤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유통주식이 적은 IPO 기업의 주가를 단기간에 끌어올리려는 개인 투자자의 투기성 자금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며 “섣부른 추격 매수에 나선 투자자가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올 들어 더욱 굳건해진 ‘박스피(코스피지수 박스권)’ 장세에서 마땅한 투자 종목을 찾지 못하면서 신규 상장 기업에 투자금이 몰리는 것도 한 요인이다. 해태제과식품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음식료주 평균(18배 내외)을 훌쩍 뛰어넘어 한때 70배 수준까지 올랐다.

공모주 주가 과열 현상으로 공모주 펀드의 수익률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공모주의 청약경쟁률이 높아질수록 한 기관이 배정받을 수 있는 물량은 줄어든다. 펀드 변동성을 낮추기 위해 공모주 펀드는 대부분 상장 당일 보유 물량을 되판다. 공모주 펀드들은 보통 10~20% 정도를 공모주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채권 등 안전 자산에 투자하지만 최근 채권 투자 수익률도 낮아진 상황이다. 설정액 1위인 ‘하이공모주플러스10 펀드’(연초 이후 0.66%) 등 87개 공모주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0.55%에 그치고 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