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이 고개를 들면서 국내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일부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당장 외국인 투자자들이 6월 초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을 상환받고서 한동안 쉬어가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6월 1∼10일 만기가 되는 외국인 보유 채권액은 4조7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채권 종류별로는 2조9천억원 규모의 통안채와 1조8천억원의 국고채다.

이번 만기 물량은 글로벌 채권시장 '큰손'인 미국 자산운용사 프랭클린 템플턴 보유분이 3분의 2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는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이 보유한 것으로 추정됐다.

최근까지만 해도 국내 채권시장에선 외국인이 소폭이나마 순매수 기조를 보여 자금 이탈 우려가 크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주말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공식 석상에서 조만간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옐런 의장은 27일(미국시간) 유명 경제학자인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와의 대담에서 "몇 개월 안에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연준의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앞둔 시점에서 나와 전 세계 금융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미국 금리가 올라가면 달러 강세(원화 약세) 현상이 나타나 외국인은 우리나라 채권시장에서 적극적인 매수를 꺼리게 된다.

실제로 옐런 발언 여파로 3년 만기와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 3.5bp(1bp=0.01%포인트)씩 올랐다.

채권 금리 인상은 채권값 하락을 의미한다.

이미 글로벌 채권 투자자금 일부는 신흥국 시장에서 이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내내 자금 유입세를 보여온 글로벌 신흥국 시장 채권펀드에선 최근 2주간 7억7천만 달러가 빠져나갔다.

6월에는 FOMC 회의(14∼15일) 외에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9일), 일본은행 금융정책회의(15∼16일), 영국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투표(23일) 등 금융시장에 영향을 끼칠 대형 이벤트가 줄줄이 대기 중이어서 투자자들은 관망 자세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

서향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가 크지 않았으나 지난 주말 옐런 의장의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발언으로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한 경계감이 형성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은 6월 FOMC 결과를 확인하기까지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원화 약세 압력이 높아질 수 있는 만큼 외국인은 원화 채권 매수 시점을 미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선임연구원도 "원화 약세와 신흥국 투자심리 악화로 6월의 외국인 수급 상황은 우호적이지 않다"며 "FOMC 금리 인상 시그널이 강해지면 채권시장 약세(금리 상승)가 좀 더 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외국인 자금이 일부 빠져나가더라도 국내 채권시장이 받는 충격은 크지 않고 단기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당장 6월에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아 채권 시장에서 외국인 수급이 갑자기 악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우리나라 채권값의 안정성이 높아진 것도 시장에는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미선 선임연구원은 "외국인이 6월 만기 채권을 상환받고서 재투자를 하더라도 미국 FOMC 결과 등을 지켜보고 투자 시점을 늦추는 것에 그칠 것"이라며 "외국인 이탈이 일시적으로 시장을 뒤흔들 변수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기자 indig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