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조원의 자금을 운용하는 공무원연금공단이 유사시 은행에서 2000억원을 빌리겠다는 내용의 계약을 맺어 눈길을 끈다.

2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공무원연금은 최근 국민은행과 2000억원 규모의 대출 약정 계약을 체결했다. 당장 자금을 빌리는 것은 아니고 긴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융통하는 내용이다.

약정 규모는 전체 자산의 2.5%. 공무원연금이 대출 약정을 맺은 것은 단기적인 시장 충격이 발생해 급하게 자금 수요가 발생하더라도 투자 포트폴리오에는 손을 대지 않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는 분석이다.

공무원연금이 당면 과제인 수익성 제고에 맞춰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 놓은 상태에서 예상치 못한 시장 충격이 오더라도 고수익 우량 자산을 팔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공무원연금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매년 채권과 주식 투자 비중을 줄이는 대신 대체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16% 수준이던 대체투자 비중을 올해 20% 선까지 늘리기로 했다.

인프라 부동산 등 대체투자는 채권보다 수익성이 높고 주식보다는 안정성이 높은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투자기간이 5~20년 수준이다 보니 그동안 돈이 묶이는 게 단점으로 지적됐다.

자칫 연금개혁이나 외환위기 등에 따른 공무원 대량 퇴직 등의 상황이 발생하면 연금을 주기 위해 부동산 등을 헐값에 팔아야 하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공무원연금은 매달 퇴직 공무원에게 8000억원 안팎의 연금을 지급하는데 간혹 발생하는 단기 자금 부족은 기업어음(CP)을 발행해 해결한다”며 “외환위기 같은 긴급상황이 발생해 지급액이 1조원을 넘으면 CP 발행만으로는 못 메우기 때문에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공무원연금의 노력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