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콘퍼런스룸에서 열린 ‘2016 한경 주식투자강연회’에서 개인 투자자 600여명이 전문가의 강연을  듣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지난 2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콘퍼런스룸에서 열린 ‘2016 한경 주식투자강연회’에서 개인 투자자 600여명이 전문가의 강연을 듣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국내 주식 투자만으로 높은 수익을 내는 시기는 지났습니다.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을 때가 왔습니다.”(강현철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

“시장이 나아질 시기만 기다려선 안 됩니다.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기준)’의 시대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죠. 이런 경기 침체기에도 성장하는 분야가 분명히 있습니다.”(김학균 미래에셋대우 투자전략팀장)

한국경제신문사가 지난 2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연 ‘2016 한경 주식투자강연회’의 강사로 나선 전문가들이 개인 투자자에게 들려준 조언이다. 전문가들은 지지부진한 국내 증시에서 유망한 분야로 가치주보다는 성장주를, 개별 종목보다는 업종 상장지수펀드(ETF)를 꼽았다. 또 국내만 쳐다보기보단 중국 미국 등 해외 투자에도 관심을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기 투자자의 위기

"전기차 등 성장주 유망…국내보다 해외 투자로 눈돌려라"
매년 전국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개최하는 이 강연회 첫 행사엔 예상보다 많은 600여명이 몰렸다. 초저금리 시대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개인 투자자가 대거 강연회를 찾아 복도와 입구까지 가득 메웠다.

첫 번째 강사로 나선 김학균 팀장은 수년째 횡보장이 이어지다 보니 투자자들이 주식 장기보유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5년간 코스피지수 등락률이 연평균 -1.8%, 최근 10년간 3.4%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팀장은 “유가증권시장이 2011년 5월 이후 박스권에 갇혀 있는데 앞으로도 상황이 나아지긴 어려울 전망”이라며 “이럴 때는 장기 투자보다 주가가 나쁠 때 사고 좋을 때 파는 트레이딩 개념으로 접근하는 게 현명하다”고 말했다.

강현철 부장도 한국에서 고령화가 본격화하면서 장기적으로 주가가 크게 오르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지금까지 국내 증시 10종목에 투자해 3~4개에서 벌었다면 앞으론 수익을 낼 수 있는 종목이 1~2개로 줄어들 것”이라며 “국내 주식 투자만으론 예전만큼 수익을 확보하기 힘들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오 등 성장주 주목”

김 팀장은 요즘처럼 경기가 어려울 때는 바이오 화장품 등 성장 산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전까지 국내 증시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경기 비관론이 가장 컸던 시기에 오히려 성장주 강세 국면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경기가 악화되면 성장에 대한 갈증이 특정 분야에 대한 쏠림 현상을 낳는다는 게 김 팀장의 분석이다. 그는 “에디슨의 전구와 포드의 생산 효율화 시스템 등 경기가 나쁠 때 살아남기 위한 노력이 오히려 인류사에 남는 발명을 가능케 했다”며 “경기가 좋지 않을수록 성장주 강세장이 나타나는 이유”라고 말했다.

김남귀 한국경제TV 와우넷 파트너도 “미래를 이끌어갈 핵심적인 성장 산업을 찾아내 투자하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헬스케어 전기차 사물인터넷(IoT)을 유망 분야로 꼽았다. 인구 구조가 고령화되면 헬스케어 산업은 빠르게 성장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화석연료 고갈 리스크로 전기차 시장 또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스마트홈을 중심으로 발전 중인 사물인터넷도 더 이상 찻잔 속의 태풍이 아니라 본격적인 성장 단계를 밟고 있다는 분석이다.

○“ETF 투자로 변동성 줄여야”

문제는 성장 산업은 주가 변동성이 워낙 커 투자 위험이 높다는 점이다. 2000년 3월 닷컴버블 국면에서 코스닥 대표주를 사들인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봤던 것처럼 아무리 성장 산업이라도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위험은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재 인터넷 생태계를 주도하고 있는 구글과 네이버 등은 2000년 닷컴버블 당시엔 상장돼 있지 않았다.

김 팀장은 이 같은 위험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개별 종목보다는 성장 산업 분야의 ETF 투자를 권했다. ETF는 편입 종목이 교체되기 때문에 개별종목 투자보다 손해를 볼 가능성이 낮다는 설명이다. 그는 “설사 ETF에 포함된 특정 기업이 망하더라도 그 자리에 유망 기업이 다시 편입되면서 변동성 완충 작용을 한다”며 “바이오 ETF 등을 주목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해외 투자 관심 둘 때

전문가들은 또 국내 주식에만 목매기보단 투자 환경이 개선되고 있는 해외에도 관심을 가질 것을 제안했다. 정부는 지난 3월부터 해외투자전용계좌를 통해 해외 펀드에 투자하면 평가 차익 및 환차익에 대해 과세하지 않고 있다. 강 부장은 “양도차익 과세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국내 주식과 비교할 때 해외 투자 매력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바닥을 쳤다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는 중국 증시를 유심히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국의 경기지표 흐름이나 경기 부양 의지를 고려해 봤을 때 중국 경기가 호전될 것이란 분위기가 감지된다는 것이다. 강 부장은 “중국 주가는 떨어질 때는 6~8년간 계속 떨어지지만 오를 때 역시 장기간 꾸준히 오르는데 이 같은 특징이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며 “현재 중국 주가가 어디쯤 있는지 판단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도 하반기 금리인상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당분간 투자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서울 강연으로 막을 올린 한경 주식투자강연회는 부산(6월4일) 대구(6월11일) 대전(6월18일) 광주(6월25일) 지역 투자자를 찾아간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