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열풍과 유커(중국인 관광객) 급증의 수혜주로 꼽혔던 의류주가 바닥에서 헤매고 있다. 함께 수혜주로 분류됐던 화장품주가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내수침체와 해외 진출 실패로 대부분 의류업체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한섬만 나홀로 선전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K뷰티' 훨훨 나는데…'바닥 기는' K패션 주가
○SPA 공세에 실적 악화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섬유의복업종지수는 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9.61% 떨어졌다. 18개 업종 중 낙폭이 가장 컸다. 구조조정 한파에 시달리고 있는 해운업이 포함된 운수창고(-8.34%), 조선이 포함된 운수장비(-6.13%) 업종보다 부진한 성적표다.

LF(브랜드 닥스, 해지스 등 보유) 주가가 고점이었던 작년 8월 이후 33.6%, 신세계인터내셔날(톰보이, 지컷 등)이 58.3% 떨어지는 등 ‘K패션’을 대표하는 업체 주가가 급락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TBH글로벌(베이직하우스), F&F(MLB, 시슬리 등)의 주가도 1년 만에 반 토막이 났다.

부진한 실적이 의류주에 먹구름을 드리웠다.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LF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5.5% 줄어든 117억원, 신세계인터내셔날은 56% 감소한 35억원이었다. ‘K뷰티’ 간판 기업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1분기 영업이익이 30% 이상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계속된 내수불황과 해외직구(직접구매) 등 소비 트렌드 변화가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자라 유니클로 등 해외 제조·직매형 의류(SPA)들의 공세도 의류업체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패션 기업들은 화장품 기업들이 선전하는 중국 시장에서도 고전하고 있다. LF와 코오롱은 각각 아웃도어 브랜드 ‘라푸마’와 ‘코오롱스포츠’로 중국에 진출했지만 중국을 비롯한 해외매출 비중은 1~4% 수준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우리보다 패션이 낙후됐다고 판단해 재고 소진시장으로 여기는 등 안이한 전략을 쓴 것이 실패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증권가에선 의류주가 단기간에 반등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신사업인 화장품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100억원을 투자한 ‘비디비치’가 매년 적자를 면치 못하는 등 오히려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화장품 용기 제조업과 주류판매업을 신사업으로 추가했지만 성공을 장담할 수 없고 재무상태도 악화됐다”고 말했다.

○한섬, 고급화 전략으로 나홀로 선전

대형 의류업체가 부진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사이 실적 개선 기대를 받고 있는 한섬은 나홀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한섬 주가는 지난 3월 저점과 비교하면 10% 넘게 올랐다. 1분기 좋은 실적을 보인 데다 하반기 매출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1분기 한섬의 영업이익은 23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3% 증가했다. SPA 의류와 직접 경쟁하기보다 타임 마인 SJSJ 등 고급 브랜드로 차별화한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타임은 1분기 롯데 현대 신세계 등 빅3 백화점 주요 12개점 중 10개점에서 ‘여성 캐릭터존’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이화영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가격이 비싸도 원하는 제품에 지갑을 여는 가치소비 경향에 걸맞은 브랜드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하반기 실적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최만수/고은이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