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합병(M&A) 기대감에 부풀었던 CJ제일제당 주가가 인수 무산 소식에 가라앉았다.

3년간 공들인 중국 바이오기업 매화그룹 인수가 결렬됨에 따라 신사업 전략에 차질이 생긴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증시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번 인수 무산은 경영상 합리적인 결정으로, 오히려 식품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진단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CJ제일제당은 중국 아미노산 업체인 매화그룹(Meihua) 인수 협상이 결렬됐다고 발표했다.

이날 매화그룹 인수 결렬 소식이 전해진 후 주가는 개장과 동시에 하락하다가 전 거래일보다 5500원(1.42%) 내린 3만8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업계에서는 CJ제일제당과 매화그룹 간 인수 가격을 둘러싸고 의견이 좁혀지지 않음에 따라 인수가 무산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인수 가격은 1조원을 웃돌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CJ제일제당 재무구조 건전성을 위해서도 이번 인수 무산은 합리적인 결정이고, 주가에 호재라고 분석했다.

매화그룹 시가총액은 약 5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주가수익비율(PER)의 67배에 달한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높은 인수가격으로 인해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인수 무산은 CJ제일제당이 주주가치를 훼손하면서까지 인수를 진행하지 않겠다는 뜻을 보여준 것"이라며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판단했다.

홍세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무리한 인수 금액 지불은 오히려 악재"라며 "매화그룹 인수 포기는 좋은 결정"이라고 말했다.

인수 가격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시킨 만큼 이번 매화그룹 인수 무산이 오히려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매화그룹을 인수했더라도 이후 라이신 가격 상승 효과는 예상보다 미미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라이신 가격 상승은 생산 진입장벽이 낮아진 현실을 고려하면 제한적일 수 있다"며 "인수 이후 라이신 가격이 오를 수 있지만 그 폭이 크지 않다면 인수금액의 적절성에 대한 문제가 야기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CJ제일제당이 앞으로 식품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며 이 부문에서 높은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이익 기여도가 높아진 식품 부문의 성장으로 약해진 투자 심리를 개선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CJ제일제당 연결 영업이익의 65%를 차지하는 식품 부문은 당분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갈 전망"이라며 "2분기 이후에도 식품 부문의 성장은 견고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근희 한경닷컴 기자 tkfcka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