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일평균 거래액 최대 6천800억원 늘 것"
노조 "근로여건만 악화"…'총력반대 투쟁' 선언


한국거래소가 오는 8월1일부터 국내 증시의 정규 매매시간을 30분 연장하기로 한 것은 최근 장기화한 증시 침체와 무관치 않다.

박스권 장세가 지속하는 가운데 유동성이 집중되는 장 종료시간대의 거래시간을 늘려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중화권 시장과의 연계성도 강화하자는 취지다.

다만 사무금융노조는 거래시간 연장에 따른 근로조건 악화 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 거래소 "일평균 거래대금 최대 6천800억원 증가 기대"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2011년 6조9천억원대로 최고치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면 사실상 10년간 4조∼5조원대로 정체 상태다.

저금리 기조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단기 부동자금이 최대치에 육박하고 있지만 정작 거래대금은 지속해서 감소하는 등 자금이 원활히 증시에 유입되지 못하고 있다.

해외 주요 시장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짧은 거래시간이 시차가 다른 해외 시장의 정보를 반영하거나 연계 거래를 진행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것이 거래소의 판단이다.

국내 증시는 2000년 점심시간(낮 12시∼오후 1시) 휴장을 폐지한 이래 16년간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6시간의 거래시간을 유지해 왔다.

반면 미국의 정규 시장은 6시간30분, 유럽은 8시간30분이나 된다.

나라별 편차가 큰 아시아 지역은 최근 수년간 매매시간을 연장하는 추세다.

싱가포르가 2011년 8월 거래시간을 90분 늘려 현재 8시간의 매매거래 체제를 갖춘 것을 비롯해 일본(4시간30분→5시간), 홍콩(4시간→5시간30분), 인도(5시간35분→6시간30분)도 거래시간을 늘렸다.

이는 역내 시장과의 중첩 강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국내 증시도 최근 코스피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 간 상관계수가 0.7에 달할 정도로 중국 시장과의 동조화가 강화돼 중 두 시장 간의 중첩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거래소의 설명이다.

김원대 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은 "현재 우리 시장이 중화권보다 1∼3시간 조기 마감해 중화권 시장발 정보의 신속한 반영이 어렵고 글로벌 투자자의 연계거래가 제약되는 등 아시아 역내 유동성 유치 경쟁에서 뒤처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한국시간으로 오후 4시, 홍콩은 5시, 싱가포르는 6시에 각각 정규시장을 마감한다.

거래소는 또 장 종료시간대에 유동성이 집중되는 만큼 마감 시간을 30분 연장함으로써 최소 3%, 최대 8%의 유동성이 증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시간대별 거래대금 비중은 역(逆)제이(J)자 패턴으로, 장 초반 30분과 장 종료 전 30분대의 거래대금이 각각 일평균 거래대금의 15%와 30%를 차지하고 있다.

일평균 거래대금으로 환산하면 2천600억∼6천800억원의 증가가 예상되는 셈이다.

김세찬 대신증권 연구원은 "거래시간 증가는 거래금액 증가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주식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일본과 홍콩의 경우 거래시간 연장으로 거래대금이 증가했고 한국도 2000년 점심시간을 폐지한 뒤 거래대금이 다소 늘어났다"며 "거래시간 연장시 거래대금이 일정 부분 증가할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 사무금융노조 등 '총력 반대 투쟁' 선언

다만 일각에서는 거래시간 연장에 따른 거래대금 증가 효과는 단기적으로 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011년 8월과 2010년 1월에 거래시간을 연장한 싱가포르와 인도의 경우 연장 전 한 달간 거래대금보다 연장 후 거래대금이 각각 41%, 17% 증가했다.

하지만 연장 후 1년간 거래대금을 분석한 결과 도리어 18%, 6%씩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손미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거래시간 연장이 거래대금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중장기 모멘텀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거래대금 증가 등 증시의 외연 확대는 거래시간 자체보다 글로벌 매크로 지표 등 시장 상황에 더 크게 좌우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중화권 시장과의 중첩 강화로 중화권 쪽의 높은 변동성이 국내 증시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와 한국거래소 노조는 이날 오전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거래시간 연장 조치에 반대하고 나섰다.

이들 노조는 성명서에서 "거래시간 30분 연장 방침은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에서 요구하는 원화의 환전성 제한을 해소하기 위해 급하게 내놓은 대안"이라며 "증권노동자의 근로 여건만 악화시킬 뿐"이라고 비판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규호 사무금융노조 증권업종 본부장은 "거래시간을 연장한다고 해서 한국이 MSCI 선진지수에 포함되거나 현재의 박스권 증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며 "거래소가 이대로 거래시간을 30분 연장한다면 증권노동자의 생존권을 건 총력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동기 거래소 노조위원장은 "거래시간 연장 방침은 업계의 의견 수렴 같은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지 않은 데다 아무런 경제적 효과나 타당성도 입증된 바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성서호 기자 hanajj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