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중반부터 올해 초까지 급락하면서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손실 사태를 유발해 기초자산에서 최대한 배제됐던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H지수)가 다시 ELS 상품에 활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H지수가 올 2월 저점을 찍었다는 분석 속에서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이 지수를 편입한 ELS 발행이 다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H지수가 다시 약세를 보여 원금 손실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24일 한국예탁결제원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H지수를 기초로 한 공모 ELS는 약 3천105억원어치가 발행된 것으로 집계됐다.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발행액은 1월 2천800억원에서 H지수 폭락으로 대규모 녹인(손실구간 진입) 사태가 있었던 2월엔 1천198억원으로 급감했다.

3월에도 983억원으로 더 줄었다가 지난달에는 전월의 3배 이상으로 급증한 것이다.

이달 들어서도 20일까지 2천277억원어치가 발행돼 증가세가 이어졌다.

유안타증권 이중호 연구원은 "그동안 H지수 자리를 홍콩항셍지수(HSI)가 대체해 왔지만 지난달에는 H지수가 그 자리를 다시 잠식한 것이 특이점"이라고 분석했다.

교보증권 김지혜 연구원은 "사모 ELS까지 포함했을 때 지난달 전체 ELS 중 H지수 ELS 발행 비중은 13.9%로 뛰어올라 1월 이후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2월 H지수 ELS는 H지수의 폭락으로 투자자는 물론 증권사도 막대한 손해를 봤다.

H지수는 작년 5월 26일 장중 14,962.74를 기록한 후 추락해 올해 2월 12일 7,498.81까지 떨어졌다.

H지수는 이후 상승해 지난달 14일 장중 9,364.61까지 회복했지만 다시 내려 이달 23일 8,308.21을 기록하며 투자자들을 불안케 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H지수가 워낙 변동성이 커 기초자산으로 삼기에 불안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중국 선전과 홍콩 증시의 교차거래가 허용되는 선강퉁(深港通) 출범이 가시권에 들었고 내달 중순 발표될 A주식의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편입 가능성 등 호재도 많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대규모 녹인 사태 이후 H지수 ELS 발행을 줄이도록 유도하고 있다.

작년 11월부터는 업계 자율 형태로 월별 H지수 ELS 신규 발행액을 상환액의 90%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출시를 계기로 계좌 수익성을 높이려는 금융기관들이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 H지수 ELS 발행이 다소 증가했지만 이는 2~3월 상환물량이 많은 것에 비례해 신규 발행도 늘었기 때문"이라며 "자율규제 내용대로 신규 발행이 이뤄지는지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ang Seng China Enterprises Index·HSCEI) = 중국 본토기업이 발행해 홍콩거래소에 상장돼 거래되는 주식(H-Shares) 가운데 시가총액과 거래량 등을 따져 40개 종목으로 구성한 지수. 약칭으로 H지수로 불린다.

우량주 중심이어서 외국인 투자 비중이 높다.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bana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