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상장지수펀드(ETF)에 관심이 많은 이모씨(32)는 최근 A증권사에서 신탁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개설했지만 이 계좌에 ETF를 담지 못했다. A증권사가 마련한 신탁형 편입가능자산군에 ETF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ETF가 ISA에 적합한 상품이라고 들었는데 정작 상품으로 내놓은 증권사는 많지 않다”며 “ISA로 ETF에 투자하고 싶다면 수수료가 더 비싼 일임형에 가입해야 한다는 설명만 들었다”고 말했다.
ISA에서 '왕따' 당한 ETF
◆기대 컸지만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ISA를 취급하는 증권사 16곳 가운데 신탁형 ISA 편입가능상품으로 ETF를 내놓은 곳은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현대증권 대신증권 유안타증권 등 5곳이다. 이 가운데 실시간 매매 시스템을 갖춘 곳은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뿐이다. 나머지는 ETF를 편입할 수 있지만 실시간 매매가 불가능하고 3결제일이 지난 뒤에야 팔 수 있다.

가입자가 직접 운용 지시를 내리는 신탁형 ISA는 고객 명의가 아니라 신탁받은 자의 명의로 매매 주문이 나가기 때문에 별도의 매매 시스템이 필요하다. 미래에셋대우는 오래전부터 퇴직연금에 ETF를 편입해 실시간 매매 시스템을 마련했다. 삼성증권도 지난달 29일 시스템 개발을 끝냈다.

이들 증권사를 뺀 나머지는 예금, 적금, 환매조건부채권(RP), 각종 펀드 등만 신탁형 ISA에 편입할 수 있는 상품으로 내놨다. 증권사가 직접 운용하는 일임형 ISA 상품 가운데 ETF를 편입한 곳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지난 13일까지 집계한 ISA 가입금액 1조5359억원의 93.4%(1조4354억원)가 신탁형에 들어와 있는 만큼 ISA로 ETF에 투자하는 금액은 극히 미미할 것이라는 추정이다.

◆실망감도 커

당초 ETF는 ISA 도입으로 각광받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주가지수 채권 금 등과 같은 각종 기초자산의 가격 변동에 따라 수익이 나오는 투자 상품이어서 적은 돈으로도 손쉽게 자산배분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당소득세를 내는 배당형 ETF는 ISA에 담으면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어 대표적인 수혜 상품으로 거론됐다. 펀드지만 상장돼 있어 주식처럼 매매가 간편하다는 것도 장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증권사가 ETF를 외면하는 가장 큰 이유는 보수가 없다는 것이다. ISA 계좌를 통해 일반 펀드를 판매할 경우 증권사가 얻는 보수는 약 1%대. 반면 ETF는 판매보수가 아예 없고 매매 수수료(0.05~0.1%)도 적다. 증권사로서는 굳이 ETF를 편입 가능 자산으로 내놓을 이유가 없는 셈이다.

신탁형 ISA 상품으로 ETF를 취급하지 않는 한 증권사 관계자는 “ETF는 변동성이 큰 상품이라 개인이 운용하는 신탁형 상품으로 만들지 않았다”며 “ETF에 투자하고 싶은 고객은 (ETF를 담은) 일임형 상품을 선택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수수료가 연 0.1% 안팎이거나 아예 없는 신탁형과 달리 일임형은 고객이 연 0.5% 이상의 운용 수수료를 증권사에 내야 한다.

한 자산운용사의 ETF 담당자는 “자산배분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ETF의 중요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며 “ETF 시장의 성장성이 두드러지는 상황에서 앞으로 시장을 선점하려면 시스템 마련 등에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