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렌스 핑크 "신흥국 중에선 중국 주식 가장 유망…성장 정체된 한국 비중 줄이고 있다"
“중국의 부채는 우려할 만하지만 신흥국 가운데선 중국 주식이 가장 유망하다고 봅니다.”

글로벌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로렌스 핑크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사진)는 지난 17~18일 홍콩 포시즌즈호텔에서 열린 ‘아시아 미디어 포럼 2016’에서 “경제 안정화, 자본시장 개방 등 중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경제개혁 움직임에 주목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채권트레이더 출신인 핑크 회장은 1988년 미국 뉴욕을 근거지로 블랙록을 창업한 이후 30개국에서 4조7370억달러(3월 말 기준) 규모의 자산을 굴리고 있다. 아시아 포럼 행사에 핑크 회장이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전 세계가 중국의 경기 둔화와 엄청난 부채를 걱정하지만 중국 지도자들은 이 문제를 무난히 해결해 나갈 것”이라며 “제조, 수출 중심의 경제에서 내수소비, 서비스 경제로 체질 개선에 적극 나선 것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선진국들도 수차례 침체와 불황을 겪으면서 성장해온 만큼 중국도 경기 둔화, 금융기관의 과도한 부채 문제 등과 싸우면서 활로를 모색해 나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핑크 회장은 위안화 추가절하 가능성을 낮게 봤다. “위안화 절하는 에너지, 농수산품 등 수입물가에 부담이 되기 때문에 내수소비 성장을 추구하는 중국 정부의 개혁 행보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핑크 회장은 또 유럽과 일본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마이너스 금리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마이너스 금리가 글로벌 경제를 망가뜨리고 있다. 시장 불확실성은 더 커지고, 기업은 투자를 미루고, 개인은 저축을 해도 얻을 게 없기 때문이다.”

미국, 필리핀에서는 국민들의 불안감에 편승해 극단적인 목소리를 내는 정치인들만 힘을 얻고 있다고 꼬집었다. 미국 공화당의 대통령 선거 후보로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와 필리핀 대통령에 당선된 로드리고 두테르테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핑크 회장은 세계 경제가 실질적인 성장을 이루기 위해선 각국 정부가 재정을 풀어 대규모 인프라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투자를 늘려 일자리와 소득 창출 기회를 만들면 갖가지 부작용을 낳고 있는 각국 중앙은행의 양적 완화에도 ‘브레이크’를 걸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날 포럼에서 블랙록은 올 하반기 시장 전망을 통해 글로벌 자금 의존도가 높은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국가들이 약달러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내수경기 회복세가 돋보이는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태국 등을 투자유망 지역으로 꼽았다. 정부 주도의 경제 개혁을 통해 7% 이상 성장률을 보여주는 인도도 주목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한국 주식에 대해서는 비중을 줄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다른 신흥국 대비 내수 경기 성장을 이끌 만한 요인이 없어 보이는 데다 글로벌 기술주 트렌드가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움직이고 있어 한국 주식은 상대적으로 매력적이지 않다는 설명이다.

홍콩=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