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K 2016 글로벌 사모·헤지펀드 서밋’ 이틀째인 19일 참가자들이 조지프 배 KKR 아시아총괄대표의 기조연설을 듣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ASK 2016 글로벌 사모·헤지펀드 서밋’ 이틀째인 19일 참가자들이 조지프 배 KKR 아시아총괄대표의 기조연설을 듣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성장에 투자하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이제는 구조조정에서 투자 기회를 찾아야 합니다.”

미국 사모펀드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의 조지프 배 아시아총괄대표는 19일 “지난 40년간 세계 경제 성장을 이끌어온 글로벌 교역이 위축됐고 중국 경제 성장률도 둔화하고 있다”며 “경제 성장에 의존하는 투자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말했다.

배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ASK 2016 행사에 참석한 뒤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저성장 환경에서는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업계 통폐합과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에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계 미국인인 배 대표는 세계 3대 사모펀드 운용사인 KKR의 차기 회장 후보로 꼽히는 금융투자업계 거물이다.

배 대표는 “세계 교역량이 줄면서 수출 강국인 한국 중국 일본의 수출도 둔화하고 있다”며 “기업들이 수출 이외에 다른 방식으로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국의 내수 기업들은 M&A를 통해 해외시장에 진출해야 한다”며 “KKR은 아시아 기업들의 해외 진출 지원에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만큼 여러모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3년 중국 하이얼 지분 10%를 사들인 KKR이 올해 초 하이얼의 미국 GE 가전사업부 인수를 지원한 것이 대표적”이라는 설명이다.

배 대표는 중국 투자와 관련해 “과거 10~15년 동안은 중국 기업의 소수 지분에만 투자해도 성장의 과실을 누릴 수 있었지만 이제는 경영권을 인수해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 정부가 내수시장 중심으로 경제 구조를 전환하고 있기 때문에 경공업 등 수출산업보다는 소비재 업종에 주로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 대표는 ‘한국 사모펀드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진 것 아니냐’는 질문에 “경쟁은 미국이나 유럽 시장이 더 치열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기업들에 비해 한국 기업의 가격이 과도하게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KKR의 경쟁우위는 싼 기업을 사들이는 것이 아니라 업계 1~2위 기업을 인수해 세계 수준의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성장이 정체된 맥주업계 2위 OB맥주를 5년 만에 1위로 키운 것이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KKR은 2009년 OB맥주를 벨기에 AB인베브로부터 2조3000억원에 인수한 뒤 5년 만에 6조2000억원에 AB인베브에 되팔아 큰 차익을 남겼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