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원짜리 상품 팔아 손에 쥔 돈 57원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 기업들의 외형 성장이 정체된 가운데 이익만 늘어나는 추세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익 개선세가 환율 효과와 비용 절감 등 일회성 요인에 기댄 측면이 적지 않은 만큼 연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다만 코스닥 기업들은 외형과 이익이 모두 개선되는 흐름을 보였다.

◇ '반쪽짜리' 이익 개선…"환율·비용절감 요인 커"

17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연결 재무제표 제출 대상인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법인 592곳 중 519곳의 올해 1분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3.94%, 19.41% 증가했다.

기업이 얼마나 장사를 잘했는지 보여주는 이익 지표도 개선됐다.

1분기 상장사들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7.52%로, 지난해 같은 기간(6.62%)보다 0.90%포인트 개선됐다.

매출액 순이익률은 5.69%로 0.91%포인트 높아졌다.

이는 기업이 1천원짜리 상품을 팔아 75원의 영업이익을 남겼고 이중 실제로 손에 쥔 돈은 57원이었다는 의미다.

이에 반해 매출액은 0.24% 늘어 제자리걸음을 한 수준이었다.

전체 상장사 실적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전자를 제외할 경우 매출과 이익의 엇갈린 흐름은 더 두드러진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상장사들의 1분기 연결 매출액은 0.48% 감소하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4.61%, 21.2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익 개선세는 이어지고 있지만 매출이 함께 늘어나는 구조가 아니어서 질적으로는 그리 좋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익성 개선의 주된 요인으로 원/달러 환율 상승, 인건비 축소 등을 통한 비용 지출 억제가 꼽혀 이익 개선 추세의 연속성을 담보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매출액이 제자리걸음 했다는 것은 장사 자체가 잘 된 게 아니라는 의미"라며 "인건비와 마케팅 비용을 줄여 마진은 조금 개선됐지만, 마른 수건을 쥐어짜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우려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도 "환율효과와 구조조정에 의한 비용 절감이 이익 개선으로 연결된 것으로 보인다"며 "1분기 실적만으로 이익 개선 추세의 지속성을 논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1분기 연결 재무제표 제출 대상인 코스닥시장 상장사 750곳 중 676곳을 분석한 결과 매출액과 영업이익, 순이익은 각각 4.28%, 2.55%, 1.90% 증가했다.

◇ 정유·화학주 '훨훨'…해운주는 동반 추락

업종별로는 정유·화학 기업이 유가와 환율 등의 우호적인 환경 속에 뚜렷한 실전 개선세를 보였다.

환율 상승으로 인한 수혜와 원만한 원유 상승세로 정제 마진(원유와 석유제품 가격 차이) 개선세가 이어진 영향이다.

영업이익 상위 20개사에 SK이노베이션(8천448억원), S-Oil(4천918억원) 같은 정유주가 이름을 올렸다.

이들 기업은 작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153.22%, 106.53%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대표 화학 기업인 롯데케미칼(4천736억원)과 LG화학(4천577억원)도 영업이익 상위 20개사에 포함됐다.

이들 업체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66.07%, 26.52% 증가했다.

이에 비해 영업이익 하위 20개사에는 채권단 자율협약(저강도 워크아웃)에 들어간 국내 양대 해운사가 포함됐다.

현대상선의 1분기 영업손실은 1천630억원, 한진해운은 1천158억원으로 집계됐다.

김형렬 교보증권 매크로팀장은 "기업들이 지난해부터 계속된 수출 둔화 등에 대체로 잘 대처한 것으로 보이지만, 한계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 등은 계속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성서호 기자 sj99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