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악재에 휘청이는 유통주
유통주가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빠졌다. 내수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선물금액을 5만원 이내로 제한하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일명 김영란법)마저 입법예고돼 백화점의 매출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해외 직접구매, 소셜커머스 등 새로운 유통채널이 급성장하면서 경쟁도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당분간 유통주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실적 부진에 주가도 ‘우수수’

주요 대형 유통주가 일제히 ‘급락의 덫’에 걸려든 모습이다. 롯데쇼핑은 이달 들어서만 12.8% 떨어졌다. 지난 9일 저가 매수에 힘입어 0.64% 반등했지만 전날의 대형 낙폭(-9.25%)을 만회하기엔 역부족이었다. 4일 발표된 1분기 실적 탓에 주가가 속수무책으로 떨어졌다. 롯데쇼핑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이하 연결 재무제표 기준)은 전년 동기보다 22.1% 줄어든 2081억원에 그쳤다. 증권가 예상치를 22.4%나 밑도는 ‘어닝쇼크’다.

백화점 사업은 예년과 비슷한 실적을 유지했지만 대형마트(롯데마트)와 홈쇼핑(롯데홈쇼핑) 등 부문의 이익이 크게 줄었다. 중국 등 해외사업 적자도 지속되고 있다. 실적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롯데쇼핑 주가는 2년 전보다 40%가량 빠졌다. 이남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도 성장률 둔화가 지속될 것”이라며 롯데쇼핑의 목표가를 29만원에서 27만원으로 내렸다.

현대백화점도 이달 들어 5.08% 하락했다. 같은 기간 롯데하이마트는 2.30% 떨어졌다.

이마트 주가 역시 지지부진하다. 이마트 주가는 1년 전부터 꾸준히 하락해 지난 2월에는 사상 최저가인 15만8000원까지 떨어졌다. 이후 조금씩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20만원 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마트는 올 1분기 영업이익이 15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 감소했다고 9일 공시했다.

다만 편의점 관련주만은 온기가 돌고 있다. 이날 BGF리테일은 전날보다 7.71% 오른 20만9500원에 장을 마쳤다. GS리테일도 3.25% 올랐다. 특히 BGF리테일은 이날 급등에 힘입어 시가총액 5조2200억원을 기록하며 이마트 시가총액(5조1700억원)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1년 전까지 BGF리테일의 시가총액은 이마트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그동안 이마트 주가는 19.8% 빠졌지만 BGF리테일의 주가는 73.8% 오른 결과다.

선물세트 90%가 5만원 이상

대형 유통주 실적이 계속 부진한 것은 소비 위축에 해외 직접구매, 소셜커머스 등 새로운 유통 채널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관세청이 올해부터 100달러 이하 물품의 통관 절차를 간소화해 해외 직접구매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마트는 1분기 소셜커머스 업체 쿠팡과 최저가 경쟁을 벌인 탓에 ‘내상’이 심해졌다. 여영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소비자들이 기존 유통 채널에서 조금 더 저렴하면서 다양한 상품을 파는 해외 쇼핑몰 등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란법’이 예정대로 9월 시행되면 백화점업계의 3, 4분기 실적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한우 굴비 와인 등 명절 선물세트의 90% 이상이 김영란법의 상한선인 5만원을 넘는다. 백화점 관계자는 “명절 선물세트 매출 1~3등 상품이 정육, 건강식품, 청과인데 모두 5만원을 넘는다”며 “백화점은 물론 유통업계 전체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유통업체들이 2분기 실적 턴어라운드(개선)를 이룰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양지혜 메리츠종합금융증권 연구원은 “롯데쇼핑은 작년부터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수익성 개선을 위한 구조조정을 진행했다”며 “2분기부터 점진적으로 실적 회복세가 나타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