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지주회사 SK(주)는 계열사만 277개(2015년 말 기준)에 달한다. 이 가운데 SK머티리얼즈(반도체소재 사업), SK바이오팜·바이오텍(바이오), SK E&S(액화천연가스)가 가장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들 계열사의 성장성과 사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SK 주가도 반등을 예고하고 있다.
바이오 '끌고'  LNG '밀고' SK, 자회사 성장성 부각…바닥 탈출 '시동'
◆저평가된 몸값이 매력

SK는 1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보다 0.71% 오른 21만3500원에 마감했다. SK와 SK C&C가 합병해 출범한 이 회사 주가는 합병 등기일인 작년 8월3일 이후 이날까지 29.53% 떨어졌다. 같은 기간 외국인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에 나서며 7124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기 때문이다. 기관투자가들도 이 기간에 2839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낙폭을 키웠다.

하지만 실적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예상되는 바이오·반도체소재 사업을 고려할 때 SK 몸값이 저평가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SK는 지난달 22일 증권사 연구원을 대상으로 ‘바이오 세미나’를 열어 2020년까지 바이오 자회사 기업가치를 14조원(SK바이오팜 10조원, SK바이오텍 4조원)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신약 개발회사인 SK바이오팜은 세계 뇌전증(간질) 치료제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미국 시판을 앞둔 뇌전증 치료제 ‘YKP3089’는 연간 매출이 1조원을 웃돌 것으로 기대된다. 의약품 위탁생산(CMO) 업체인 SK바이오텍은 영업이익률이 25%를 웃돌만큼 수익성이 우수하다. 의약품 생산 규모를 16만L에서 2020년 80만L로 확대한다. 글로벌 CMO 업체를 인수하기 위해 SK는 5000억~1조원 규모의 ‘실탄’도 준비해뒀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SK바이오텍의 올해 말 기업가치는 5000억~1조원 규모에 달할 것”이라며 “바이오 사업 장부가치를 반영하면 SK의 주당 순자산가치는 39만원으로 산출된다”며 목표주가를 35만원으로 제시했다.

계열사인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반도체 사업 수직계열화를 구상하고 있는 SK는 알짜 반도체 매물을 싹쓸이할 태세다. 작년 11월 반도체 세척에 쓰는 삼불화질소(NF3) 세계 1위 업체인 SK머티리얼즈, 지난달에는 SK에어가스를 인수했다. 박태진 SK IR담당 상무는 “SK머티리얼즈를 통해 반도체용 연마재료·기판 등을 생산하는 글로벌 업체들을 사들이거나 합작법인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中 에너지 시장 파고든다

액화천연가스(LNG) 업체인 SK E&S는 SK 주가를 견인할 숨은 ‘다크호스’로 꼽힌다. 이 회사는 중국 LNG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기대된다.

SK E&S는 미국 오클라호마 광구 등에서 2019년부터 연 220만t 규모의 LNG를 생산하는 것을 비롯 2020년까지 연 500만t의 LNG를 확보할 계획이다. 세계 각지에서 수집한 LNG를 중국 도시가스 업체인 차이나가스홀딩스(이하 CGH)의 유통망을 활용해 중국 전역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SK E&S가 2대 주주(보유지분 15.64%)인 CGH는 중국 26개 도시에 102만가구에 천연가스를 판매하고 있다. 내년까지 중국에 LNG 충전소 1000개를 구축할 예정이다. SK E&S는 중국 LNG 사업을 위해 작년 CGH와 관련 합작사도 설립했다. 박태진 상무는 “중국에서 터미널 등 LNG 유통망을 확보할 것”이라며 “중국 충전소는 물론 발전소에도 LNG를 공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