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경기방어주’인 음식료주가 주목받고 있다. 작년 증시를 주도한 음식료주는 상대적으로 고평가됐다는 분석에 올 들어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낙폭이 지나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아직 불안 요소가 남아 있는 만큼 ‘옥석 가리기’를 통해 신중히 투자 종목을 골라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매일유업·CJ제일제당·농심·대상…음식료주, 투자자 입맛 되살릴까
거품 논란 벗어난 음식료주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의 음식료품업종지수는 5147.15로 전날보다 0.38% 올랐다. 2월 이후 추락을 거듭하다가 지난달 14일 1년 만에 최저치(5009.31)를 찍은 뒤 반등하는 모습이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정부의 내수 활성화 의지가 높고 음료, 아이스크림 등의 성수기인 여름이 다가오고 있어 음식료주가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음식료주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작년 말 30배에 달했지만 18.43배까지 내려온 상태다. ‘거품 논란’에서는 어느 정도 벗어났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성장성 대비 낮은 주가 △2분기 턴어라운드 가능성 △낮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등을 음식료주 투자 포인트로 꼽았다.

성장성이 돋보이는 기업으로는 매일유업, KT&G 등이 꼽힌다. 올 들어 매일유업 주가는 10.6% 올랐다. 1분기 영업이익(92억원)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1.1% 늘어났을 것이라는 증권가의 전망이 주가를 끌어올렸다. 연초 대비 주가가 많이 올랐지만 PER이 17.14배로 여전히 업계 평균에 못 미쳐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는 평가다. 외국인 투자자의 지분율도 올해 초 5.6%에서 10.48%로 높아졌다.

백운목 미래에셋 연구원은 “매일유업은 중국 분유 수출 확대, 흰우유 적자 축소, 커피전문점 폴바셋의 성장 등에 힘입어 영업이익률이 내년까지 계속 높아질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5만5000원에서 5만8000원으로 올려 잡았다. 전년 동기보다 42.9% 늘어난 68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KT&G도 유망 종목으로 꼽혔다.

CJ제일제당 실적 개선 기대

2분기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는 종목은 CJ제일제당이다. CJ제일제당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보다 0.8% 오른 37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4일 34만원으로 연중 최저점을 찍은 뒤 반등하고 있다. 중국의 사료 수요 증가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돼지고기 가격 상승으로 돼지농가의 수익성 지표가 역대 최고 수준을 찍었다”며 “라이신(사료 원료)의 가격 반등이 예상되고 밀 설탕 콩 등 원재료 구입 측면에서 원화 강세의 수혜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낙폭 과대 종목으로는 농심, 대상 등이 꼽힌다. 농심과 대상은 연고점 대비 주가가 각각 28.8%, 41% 떨어졌다. 홍세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농심은 올해 짬뽕라면 등의 신제품 경쟁으로 광고비 부담이 컸다”며 “하지만 앞으로 판매관리비 비중이 줄어들면서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밖에 액면분할 효과가 기대되는 롯데제과, 맥주 가격 인상이 예상되는 하이트진로 등이 유망 종목으로 꼽혔다.

하지만 아직 거품이 꺼지지 않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음식료주는 PER이 코스피지수보다 60% 높은 수준일 정도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크다”고 지적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