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국빈 방문을 계기로 최대 52조원 규모의 수주 발판이 마련됨에 따라 금융투자업계에서도 관련 수혜주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건설주 기계 철강 산업재 등을 관련 수혜주로 꼽았다. 그러나 이번 MOU에서 아직 구체적인 사항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규모가 큰 기업들보다 상대적으로 작은 기업들의 주가가 더 크게 움직일 것이라는 예상이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과 이란 정부 및 민간 기업들은 이날 66개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중 가시화 된 프로젝트는 에너지, 인프라, 발전 등 30건으로 총 371억달러 규모다.

국내 기업들은 이란 이스파한과 아와즈를 잇는 541㎞ 철도사업(54억달러) 가계약을 체결하는 등 인프라 사업에서 총 116억달러 규모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MOU 등을 체결했다.

또 사우스파 석유화학단지 건설(36억달러)을 비롯해 가스 정제시설, 천연가스 액화플랜트 건설 등 에너지 분야의 178억~258억달러 규모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기로 했다.

대표적인 수혜주로 꼽히는 업종은 산업재와 건설이다. 박용희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정상회담으로 국내업체의 경제 제재 이전 교역수준에 대한 빠른 회복이 가능할 전망"이라며 "대 이란 수주가 본격적으로 가시화 되면서 산업재 전반에 대한 실질적인 수혜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도 "인프라 분야에서 수주 성과가 돋보인다"며 "MOU 및 MOA가 계약으로 이어질 경우 해당 기업에 대한 가치 재평가도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눈여겨봐야 할 건설주로 대림산업현대건설을 추천했다. 박 연구원은 "대림산업은 댐, 철도, 정유시설, 발전 플랜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MOU를 체결했다"며 "수주 규모는 총 100억 달러가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대건설은 항만, 철도, 가스발전소 등 전통적으로 경쟁력 있는 분야에서 MOU를 체결했다"며 "병원 등 일반 건축분야에서의 추가적인 수주성과도 기대되는 만큼 올해 수주목표인 16조원을 무난하게 달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증시의 반응은 아직까지 미지근하다. 이날 오전 10시54분 현재 현대건설과 대림산업은 각각 0.26%와 0.56% 상승하는데 그치고 있다. 건설업종 자체는 0.03% 빠지고 있다.

김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 구체적으로 어느 기업이 얼마만큼의 이익을 얻을지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시장에서 별다른 반응을 하고 있지 않는 것"이라며 "이란 경제제재가 완전히 해제되지 않은 만큼 관련 불확실성 우려감도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예상보다 수주 규모가 작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장전략팀장은 "과거 경제 외교 이슈가 있었을 때 실제 발생한 이익은 정부에서 발표한 것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았다"며 "수주 계약 기간도 수년짜리이기 때문에 막상 1년 단위로 쪼개서 보면 생각보다 규모가 작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작은 기업에 주목하라는 조언이다. 규모가 큰 업체들에게는 이번 이란 수주의 규모가 미미할 수 있지만, 작은 기업들에게는 그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류 팀장은 "옴니시스템의 경우 수주 규모는 작지만 주가는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며 "이러한 관련 수혜주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옴니시스템은 전날 상한가를 기록한데 이어 12%이상 급등하고 있다. 이란의 전력 원격검침 시스템(AMI) 구축사업을 위해 한국전력공사 주도로 KT, 옴니시스템 간 컨소시엄이 구성될 것으로 알려졌다.

김근희 한경닷컴 기자 tkfcka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