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삼성SDI와 엔에스쇼핑에 대해 이례적인 혹평을 쏟아내고 있다. 올 1분기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삼성SDI는 손실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서울 양재동 파이시티 인수라는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엔에스쇼핑도 ‘지배구조 리스크’를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엔에스쇼핑 지배구조 문제", "삼성SDI 대규모 손실"…목표주가 낮추는 증권사들
○삼성SDI, 손실 지속에 ‘촉각’

삼성SDI는 29일 전날 대비 1.72% 내린 11만4000원에 마감했다. 장 초반 6.03% 급락했지만 외국인 투자자가 저가 매수에 나서며 낙폭이 줄었다.

이 회사는 전날 1분기에 703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회사 측은 희망퇴직 관련 위로금과 중대형 배터리 저가 수주에 따른 손실 등 누적된 부실을 한꺼번에 털어낸 탓에 대규모 손실을 봤다고 전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숨은 리스크를 대부분 찾아내 장부에 반영했다”며 “향후 중대형 배터리를 수주할 때 수익성을 우선 고려해 손실이 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증권가는 저가 수주에 따른 ‘후폭풍’이 끝나지 않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대형 배터리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저가 수주에 따른 부실이 또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기 어렵다”며 목표주가를 11만7000원에서 10만1000원으로 낮췄다.

이원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배터리 사업 매출이 확대되고 있지만 그만큼 적자도 커질 것”이라며 목표가를 11만원에서 10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미래에셋대우증권 키움증권 KTB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등도 이날 삼성SDI 목표가를 내렸다.

○“엔에스쇼핑, 하림그룹 자금줄로 동원”

엔에스쇼핑은 이날 10.71% 내린 15만원에 장을 마감하며 1년 최저가를 기록했다. 5거래일 연속 떨어져 하락폭만 17.58%에 달했다. 엔에스쇼핑은 무궁화신탁 등으로부터 서울 양재동 파이시티(옛 화물터미널) 부지를 4525억원에 매입하기로 했다고 전날 발표했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림그룹 계열사 가운데 현금 창출력이 가장 큰 엔에스쇼핑이 그룹의 자금줄로 동원됐다”며 “이 회사의 영업력이 일반 주주가 아니라 그룹 계열사를 위해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엔에스쇼핑의 최대주주는 하림그룹 지주사 격인 하림홀딩스이며 지분율은 40.71%다.

이 회사 재무구조가 파이시티 사업으로 악화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엔에스쇼핑은 부지 인수대금 가운데 2400억원을 회사채 발행으로 마련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투자증권은 이 회사 목표주가를 28만원에서 22만원으로 낮췄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