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펀드패스포트 '개통'… 4개국 가입
한 나라서 등록하면 회원국 시장서 상호인증

우리나라와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4개국이 '아시아 펀드 패스포트' 제도 시행에 합의했다.

금융위원회는 28일 우리 정부가 아시아 펀드 패스포트(ARFP: Asia Region Funds Passport) 시행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호주, 일본, 뉴질랜드 정부도 각각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양해각서는 6월 30일 발효된다.

4개국은 이로부터 18개월의 준비 기간을 거쳐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ARFP 제도 시행에 나서야 한다.

ARFP는 펀드의 등록·판매에 관한 공통의 규범을 마련함으로써 국가 간 펀드 교차 판매를 간소화하기 위한 제도다.

2013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재무장관회의에서 ARFP 출범 논의가 공식화됐다.

제도가 시행되면 한 회원국에서 ARFP 인증을 받은 펀드는 다른 회원국에서 간소한 등록 절차만 거치면 판매된다.

예컨대 우리나라의 자산운용사가 호주 시장에 진출해 펀드 상품을 팔려면 전에는 두 나라에서 모두 등록 심사와 판매 허가를 받아야 했지만 앞으로는 등록 심사는 국내에서만 받으면 된다.

이렇게 되면 회원국 자산운용사들이 다른 회원국 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이 매우 쉬워질 전망이다.

ARFP 회원국의 펀드 순자산은 2013년말 기준으로 28조1천억 달러에 달한다.

참여국들은 이번에 최소 자본금과 운용 인력 수 등 제도 시행에 필요한 표준을 제정했다.

ARFP 펀드는 일단 공모 펀드만 가능하다.

펀드 운용사의 최저 자본금은 운용 자산을 기준으로 5억 달러 이하는 100만 달러, 5억 달러 이상은 '100만 달러+5억 달러 초과분의 0.1%'다.

운용 인력은 최소 1명 이상으로 정리됐다.

회원국들은 각국 대표 1인으로 구성된 합동위원회를 조직해 ARFP 제도를 운영한다.

이날 서명한 4개국 외에도 태국이 내달 중 양해각서에 서명할 예정이며 싱가포르는 참가국의 펀드 과세 체계를 검토하고 나서 참여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1985년 유럽연합(EU)이 회원국 간 펀드 교차 판매를 허용하기 위해 펀드 인증제를 도입한 바 있다.

작년 말 기준으로 유럽 전체 펀드 시장 규모는 약 11조 유로에 달한다.

이 중 교차 판매 인증을 받은 펀드가 70% 이상 차지한다.

안창국 금융위 자산운용과장은 "펀드 시장 통합을 통해 아시아 지역의 금융 협력과 역내 금융시장 통합에 적극적으로 기여할 수 있게 됐다"며 "아시아 국가 간 자금 흐름을 확대해 지역 자금 선순환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ch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