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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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Fed)이 6월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면서 일부 신흥국에 대한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브라질·인도네시아·인도·터키·남아공 등 이른바 '취약 5개국'으로 분류되는 국가 중 특히 브라질과 남아공은 2013년 Fed의 '긴축 발작'(금리인상 등 긴축정책 때 나타나는 발작) 당시보다 상황이 더욱 악화했다는 분석이다.

26일 국제금융센터는 '취약 신흥국의 경제 현황 점검'이란 보고서를 내고 "Fed가 오는 6월 두 번째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 금리인상 등 충격이 발생할 경우 취약 5개국에서 금융 불안이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취약 5개국은 2013년 미국의 '긴축 발작' 이후 저성장, 고물가 등 기초경제여건이 허약한 신흥국 중에서 외국인 자본으로 경상수지 적자를 보전하고 있거나 기존의 자금 유입이 상당해 미국 통화정책 정상화(금리인상) 시 자본 유출 위험이 큰 5개 나라를 말한다.

브라질, 인도네시아, 인도, 터키, 남아공이 이에 해당한다.

현재 이들 취약 5개국의 경상수지는 '긴축 발작' 당시보다 나아졌지만 여전히 적자 기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터키, 남아공, 브라질 적자 폭은 국내총생산(GDP)의 3%를 웃도는 수준이다.

터키의 GDP 대비 경상수지는 2013년 -7.7%에서 지난해 -4.5%로, 남아공은 -6.0%에서 -4.4%로, 브라질은 -3,6%에서 -3.3%로 줄었으나 신흥국 전체 평균(1.7%→1.4%) 보다 저조하다.

인도(-2.5%→-1.1%)와 인도네시아(-3.2%→-2.1%)는 다른 취약 신흥국보다 양호하지만 적자 기조를 지속하고 있다.

취약 5개국 중에서 인도의 경상수지 적자가 가장 제한적인 것은 금 수입 축소 조치와 총수입액의 32%를 차지하는 원유 가격 하락 등에 따른 것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긴축 발작' 이후 취약 5개국에서의 자금 유출에도 불구하고 터키, 인도네시아에서의 투자 잔액은 여전히 GDP의 20%, 남아공은 50%를 웃도는 등 2013년 당시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또 올해 3월 중 신흥국으로의 자금 유입이 재개되면서 터키, 브라질, 인도네시아 주가는 최근 연초보다 19.1%, 19.0%, 5.8% 각각 상승했다. 같은 기간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지수는 1.5% 오르는데 그쳤다.

2013년 이후 취약 5개국의 성장률은 인도만이 유일하게 성장했고 나머지 4개국은 경기 부진이 심해졌다. 특히 브라질 성장률은 3.0%에서 지난해 -3.8%로 6.8%포인트(p) 급락해 경기 하강이 심각한 상황이다.

김권식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기초경제여건, 대외취약성 등을 감안할 때 남아공과 브라질은 2013년 '긴축 발작' 때보다 상황이 더 나빠졌다"며 "터키는 여전히 취약하고 인도와 인도네시아만 소폭 나아진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취약 5개국의 정책 대응 능력은 줄어들었다"며 "Fed 금리인상 등 대외 충격이 발생할 경우 금융불안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취약 5개국 중 브라질, 남아공, 터키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더욱 클 것이라고 김 연구원은 덧붙였다.

☞ 용어설명

긴축 발작= 미국의 양적완화정책이 긴축으로 전환할 때 금융시장이 겪는 충격. 2013년 5월 그린스펀 전 Fed 의장의 후임인 벤 버냉키 전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을 거론한 일을 계기로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는 신흥국 통화가치와 주가가 동반 하락하는 충격이 발생했고 이를 '긴축 발작' 이라 부른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