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황 침체에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한진해운이 결국 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자율협약)를 신청키로 했다. 이는 한진해운에는 부정적이지만, 최대주주인 대한항공에는 긍정적인 사안이란 분석이다. 은행주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과 대한항공은 이날 채권단에 자율협약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양사는 지난 22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자율협약 추진을 의결했다.

자율협약 신청 결정에 신용평가사들은 잇따라 한진해운의 신용등급을 낮췄다.

NICE신용평가는 한진해운의 장기신용등급을 기존 'BB'에서 'B-'로 하향조정하고, 하향검토 등급감시 대상에 올렸다. 자율협약 신청으로 이전보다 신용 위험 발생 가능성이 현저히 높아졌다는 판단이다. 한국기업평가도 한진해운의 신용등급을 'B-'로 강등하고, 부정적 검토 대상에 등재했다.

대한항공에는 한진해운 지원 위험이 줄어 긍정적이란 분석들이 나온다.

강성진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신청은 대한항공이 한진해운을 단독 지원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며 "단독으로 지원할 경우 필요한 자금은 내년까지 1조1000억원이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자율협약 신청으로 한진해운은 우선 부족한 현금을 채무조정에 의해 채울 것으로 봤다. 채무조정에 실패해도 대한항공의 지원보다는 회생절차를 통해 해결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대한항공은 한진해운의 신주를 4000억원에 인수하고, 최근에는 2200억원의 영구채를 인수하는 등 정상화를 위한 지원을 이어왔다.

KB투자증권은 이날 대한항공의 투자의견을 '매수'로 올리고, 목표주가도 3만9000원으로 상향했다. 미래에셋대우는 투자의견을 '단기매수'로 높였고, 하나금융투자는 목표주가를 4만5000원으로 올려잡았다.

한진해운에 대출을 준 은행주의 부담은 크지 않다는 추정이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주의 위험노출액(익스포저)는 2180억원으로 부담이 될 수 없는 규모"라고 했다.

익스포저가 가장 큰 회사는 하나금융으로 862억원, 다음으로 우리은행 690억원이다. 이들은 2분기에 충당금을 적립할 예정이다. KB국민은행은 554억원을 보유 중인데,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적립해 적립률이 32%에 이른다. 부산은행은 80억원이다.

이 연구원은 "KEB하나 우리은행 부산은행 등이 건전성 '요주의'의 최소 적립률 7%를 적립한다면 3사의 대손상각비 부담은 114억원"이라며 "KB국민은행처럼 32%를 적립하더라도 522억원에 불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