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식형 펀드 투자자들은 심기가 불편하다. 시장 평균 수익률 이상을 벌어들이는 펀드를 찾아보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올 들어 코스피지수는 3% 가까이 올랐지만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0.65%에 불과하다. 월별로 따져도 주식형 펀드가 코스피지수를 이긴 달이 없다. 펀드매니저들이 시장 변화를 제대로 좇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굴욕'
◆펀드매니저들의 오판

22일 펀드 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3월 한 달간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3.28%로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 4.13%를 1%포인트 가까이 밑돌았다. 4월 역시 펀드 수익률(1.30%)이 코스피지수 상승률(1.32%)을 넘지 못했다. 범위를 길게 잡아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최근 1년간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은 -7.13%로 코스피지수 상승률(-5.68%)보다 1.5%포인트가량 낮다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와 비교한 주식형 펀드의 ‘승률’이 뚝 떨어지기 시작한 시점을 지난해 여름으로 보고 있다. 당시 최대 화두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었다. 금리가 올라가면 저금리 시대에 각광받은 성장주들의 기세가 꺾일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대부분의 펀드매니저는 음식료, 화장품, 바이오 등의 업종으로 구성된 기존 포트폴리오를 그대로 유지했다. 시장 분위기가 바뀐다고 하더라도 성장 잠재력이 낮은 대형주의 몸값이 오르긴 힘들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시장은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지난해 하반기 하락장에선 주가에 ‘거품’ 논란이 일었던 소비재 업종이 집중 포화를 맞았다.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졌던 것. 외국인들이 ‘사자’로 돌아선 올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절대 수익률은 개선됐지만 지수를 감안한 상대 수익률은 여전히 부진하다. 외국인이 주요 지수에 포함된 대형주를 기계적으로 사들이기 시작하면서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대형주만 오르고 있어서다.

◆약해진 펀드의 존재감

올 들어 주식형 펀드에서 1조1031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간 것도 펀드 수익률에 악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운용사에서 매물이 꾸준히 나오는 국면엔 펀드 수익률이 개선되기 어렵다. 펀드에서 나온 매물이 포트폴리오에 포함된 종목들의 주가를 끌어내리기 때문이다.

전경대 맥쿼리자산운용 주식운용팀장은 “코스피지수가 2000선 이상을 꾸준히 유지해 펀드로 신규 자금이 유입되기 시작해야 주식형 펀드 수익률이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쟁 상품이 쏟아지면서 국내 주식형 펀드의 설 자리가 좁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 들어 개인자산종합관리계좌(ISA), 해외주식투자전용펀드 등의 절세 상품이 출시된 게 기존 주식형 펀드 시장에 악재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14일 첫선을 보인 ISA엔 한 달여 만에 1조원이 넘는 자금이 유입됐다. ISA에도 국내 주식형 펀드를 담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는 채권과 주가연계증권(ELS)으로 계좌를 채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펀드매니저가 종목을 고르는 액티브 펀드가 더 고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연금 등 주요 연기금들이 액티브 펀드에 있던 자금을 지수를 그대로 추종하는 패시브 펀드로 옮기는 등 시장 자체가 위축되고 있어서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