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한 글로벌 자산배분 시장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자산·지역별로 2500개가 넘는 ETF를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사고팔 수 있는 데다 투자비용이 저렴해 분산투자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주요 금융사들은 펀드(자산운용사) 랩어카운트(증권사) 신탁(은행) 변액보험(보험사) 등 다양한 ETF 자산배분 상품을 앞다퉈 내놓으며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퇴직연금에도 해외 합성ETF 편입 허용…물 만난 ETF
◆ETF 자산배분 신상품 봇물

KB자산운용은 18일 해외 주식형 ETF를 활용해 글로벌 시장에 분산투자하는 ‘KB글로벌주식솔루션펀드’를 출시했다. 국가별 계량분석을 통해 개별 주식이 아니라 해외 20여개국의 주식 ETF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MSCI 선진지수의 54%를 차지하는 미국 비중을 29%로 낮추고 성장성이 큰 중국(17%) 인도(10%) 등 신흥국 비중을 높인 게 특징이다. 연보수는 1.65%(C형 기준) 수준이며 중도환매 수수료는 없다.

키움투자자산운용도 이날 로보어드바이저(로봇+투자자문) 전문업체인 쿼터백투자자문과 업무제휴를 통해 국내외 ETF에 투자하는 ‘키움쿼터백글로벌로보어드바이저펀드’를 출시했다. 해외채권(75%) 해외주식(13%) 원자재 및 대체상품(10%)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에 분산투자하는 상품이다.

‘간판급’ 글로벌 ETF 자산배분 펀드인 삼성글로벌다이나믹자산배분(주식혼합)은 3개월 수익률 4.88%를 기록했다. 연초 급락장을 겪으면서도 6개월 수익률 1.12%를 유지했다. 국내주식(10%) 해외주식(40%) 국내채권(25%) 해외채권(20%) 원자재(5%) ETF에 분산투자해 변동성을 낮춘 결과다. 한화멀티에셋크루즈5.0(채권혼합)과 한국투자에셋클래스(채권혼합)도 3개월 수익률 3%대를 올렸다.

보험사 증권사 등 금융회사들도 경쟁적으로 ETF를 활용한 자산배분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알리안츠생명이 지난해 8월 글로벌 ETF에 투자하는 펀드 등을 묶어 변액보험으로 출시한 데 이어 지난달엔 ING생명이, 18일엔 한화생명이 비슷한 상품을 신규 설정했다. 미래에셋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증권사들도 ETF로 자산을 배분하는 랩어카운트를 경쟁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정두 한화자산운용 부장은 “중위험·중수익을 선호하는 투자 수요가 커지면서 ETF 관련 시장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퇴직연금에도 해외 합성ETF 편입 허용…물 만난 ETF
◆퇴직연금 상품으로도 유망

오는 7월부터 퇴직연금에 해외지수를 추종하는 합성 ETF를 담을 수 있게 된 점도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합성 ETF는 자산운용사가 증권사 등과 장외파생 상품의 일종인 스와프 계약을 맺어 각종 해외주가지수의 수익률을 제공받아 운용하는 펀드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퇴직연금 투자 대상에 합성 ETF를 포함하는 내용의 퇴직연금감독규정 개정안을 변경 예고했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TIGER유로스탁스50ETF’ ‘삼성KODEX합성-미국바이오테크ETF’ 등 합성 ETF 20개는 오는 7월부터 퇴직연금에 편입할 수 있다. 단 하루 지수 움직임의 두 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와 지수와 반대로 움직이는 인버스 ETF 등은 변동성이 높아 투자 대상에서 제외됐다. 국내 ETF(파생형 제외)는 이미 퇴직연금 투자 대상에 포함돼 있다.

배재규 삼성자산운용 전무는 “ETF는 비용이 저렴해 장기 투자상품인 퇴직연금에서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며 “특히 해외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합성 ETF로 글로벌 자산배분이 용이해지면서 국내 ETF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란/안상미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