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4월14일 오후 4시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 등의 공동출자기관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CGS)의 주주총회 의안분석 서비스 신뢰성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CGS가 주총 안건에 대해 낸 찬반 권고를 대부분 기관투자가가 따르지 않거나 정반대 의견을 내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해당 상장사들이 반발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미국의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의 ‘한국판’으로 인정받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켓인사이트] 갈 길 먼 '한국판 ISS' 기업지배구조원
1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열린 CJ E&M 주총에서 주주인 국민연금(지분율 7.3%)은 ‘과소배당’을 이유로 결산배당 77억원에 대해 반대표를 던졌다. CGS는 주총이 열리기 전 같은 사안에 대해 ‘과다배당’을 이유로 CJ E&M의 기관투자가 주주들에게 반대표를 던질 것을 권고했다. CGS는 “배당금 총액이 회사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의 3분의 1 수준으로 과다하다”고 의견을 냈지만 국민연금은 “배당수익률(주가 대비 배당액 비율)이 0.3% 수준으로 낮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결권 행사의 방향은 같았지만 이유는 정반대였다.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시스템에 의결권 행사 결과를 공시한 나머지 CJ E&M의 기관투자가 주주 7곳도 모두 CGS 권고와 달리 안건에 찬성했다.

다른 주총 안건에서도 CGS 권고와 기관투자가 의결권 행사 결과가 엇갈렸다. CGS는 지난달 열린 오리온 주총과 관련, 역시 과다배당을 이유로 결산배당 315억원에 대해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회사 재무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등의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국민연금(지분율 9.1%)을 비롯한 오리온 기관투자가 주주 세 곳은 모두 안건에 찬성했다고 공시했다. 배당금의 원천인 재무제표상의 임의적립금이 6000억원에 달해 재무건전성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CGS는 지난달 현대리바트 주총의 13억원 배당 안건에는 과소배당을 이유로 반대의견을 냈다. 그러나 KB자산운용(18.4%)과 국민연금(8.47%)은 안건에 찬성했다. 지난해 10월 경기 용인공장 물류창고를 218억원을 들여 신축하기로 하는 등 투자활동에 자금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한 의결권 행사 결과였다.

CGS의 반대 권고에 직접 이해당사자인 상장사들도 반발하고 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지난 5일 CGS의 의결권 권고와 관련, “단편적이고 형식적인 기준 적용으로 합리성이 떨어진다”고 논평했다. CGS는 국민연금을 비롯해 30개 안팎의 기관투자가들에 주총 안건 1개당 수만원의 수수료를 받으며 분석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분기 주총과 관련해서는 12월 결산 237개사 상장사의 안건을 분석했다.

CGS 관계자는 “기관투자가마다 의결권 행사지침을 따로 두고 있는 만큼 CGS 의견과 다를 수 있다”며 “안건 분석은 종합적인 사안을 모두 고려해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