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월마다 하던 운용사 수익률 평가 분기 평가로 전환한다
국민연금공단이 국내 주식 위탁 운용사의 운용 수익률 평가 방식을 월 단위 평가에서 분기 평가로 전환했다. 운용사에 대한 단기 평가 방식이 중장기 주식 운용 수익률을 끌어내리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8일 증권업계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지난달 말 국내 자산운용사 최고투자책임자(CIO) 간담회를 열어 위탁 주식 운용 평가를 ‘월 단위’에서 ‘분기 단위’로 바꾼다는 방침을 통보했다. 적용 시점은 지난 1일부터다.

국민연금은 지난 9개월여 동안 주식 운용 평가 방식을 세 차례 바꿨다. 지난해 7월 주식 운용 수익률을 제고한다는 목적으로 ‘일(日) 단위 수익률 평가’ 시스템을 도입했다. 1년간 누적 수익률을 하루 단위로 점검해 벤치마크(BM) 수익률을 일정한 기준 이하로 밑돌면 신규 자금 배정을 제한하거나 위탁 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수익률 하락으로 위탁 자금을 회수당할 위기에 처한 운용사들이 단타 매매 등을 통해 수익률을 일시적으로 높이는 부작용 등이 나타나자 2개월여 만에 ‘월 단위’ 평가로 바꾼 뒤 이번에 다시 ‘분기 평가’를 도입한 것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일부 대형주 펀드 운용사는 단기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중·소형주에 대거 투자했다가 최근 운용 수익률이 고꾸라진 사례도 있었다”며 “국민연금의 전체 투자 전략 및 포트폴리오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평가 방식을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은 운용 수익률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정성평가’를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운용 수익률이 높다고 해도 국민연금으로부터 부여받은 투자 전략과 방식 등에 어긋나면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국내 위탁 운용 주식은 지난해 말 기준 45조7000억원 규모다. 위탁 운용사와 자문사는 38곳에 이른다.

강면욱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은 지난 2월 취임한 뒤 국내 주식 운용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제도 및 조직 개혁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엔 액티브 주식 운용에서 패시브 운용으로 4조원 안팎의 자금을 이동시키는 자산 배분안을 결정했으며, 운용 성과 부진에 대한 책임을 물어 국내 주식 운용 실·팀장을 교체했다.

김대훈/좌동욱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