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급증에 상장 기대↑…창업주 보수 경영에 비관론도 높아
당시 김정주 "언젠가 필요할 때 상장"


'주식 대박' 논란에 휩싸인 넥슨은 진경준 검사장이 주식을 매입하던 2005년 당시 정말 투자가 유망한 기업이었을까.

8일 게임 업계의 설명을 보면 당시 상황은 단언하기 어려운 '오리무중'에 가까웠다.

잇따른 게임 흥행으로 매출이 많이 늘어나 상장의 기대감이 크기도 했지만, 창업주인 김정주 대표의 보수적 경영 스타일 때문에 상장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도 만만찮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2004년 말 마비노기와 카트라이더가 '국민 게임'으로 부상하며 넥슨이 곧 상장한다는 전망이 많았던 건 사실이었다.

2000년대 엔씨소프트 등 유명 업체들이 대거 국내 증시에 들어간 만큼 당연한 기대였다"고 회상했다.

전직 넥슨 직원이었던 한 인사도 "2004∼2005년 회사 내부에서 상장 필요성을 강조하는 이들이 많았다.

회사 재무구조가 탄탄했던 만큼 증시에 나가면 기업 가치가 대폭 커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전했다.

넥슨의 2005년 매출액은 1천469억원으로 전년보다 49%가 뛰었고, 순이익은 788억원으로 전년 대비 490% 급증했다.

반면 이런 약진에도 넥슨의 상장 가능성이 작다는 반론도 팽팽했다.

최고결정권자인 김정주 당시 대표(현 넥슨지주회사 NXC 회장)가 '주주의 간섭에 흔들리고 주식 거품에 회사가 망가질 수 있다'며 상장에 부정적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넥슨의 종전 매출이 200억원 후반대에 불과했던 2001년 1월 직원들에 보낸 이메일에서 '매출이 3천억원은 되어야 상장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보수적 견해를 재확인한 바 있다.

그는 2004년에는 '지금이 상장의 적기'라는 직원들과 갈등을 겪으면서 일부 주요 구성원이 퇴사하는 상황까지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모바일 게임 업체 관계자는 "2005년 주식 시장에서는 넥슨이 현금 사정이 워낙 좋아 상장할 필요 자체가 없는 회사라는 시각도 적잖았다.

별종 취급을 받았던 셈"이라고 설명했다.

애초 김 대표는 넥슨의 지분을 유지해 투자자 등 '외부 세력'의 간섭을 막으려는 성향이 강했다.

이 때문에 넥슨은 사내 구성원이 자사 주식을 다른 곳에 팔 때 사측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정관이 있었다.

2004년 인기 게임 '메이플 스토리'를 개발한 위젯을 인수할 때 김 대표는 흔한 지분 교환 방식을 마다하고 현금 약 400억원을 직접 줘 업계를 놀라게 했다.

그만큼 지분 유지에 집착했던 셈이다.

넥슨은 결국 진 검사장이 주식을 샀던 시점에서 약 6년 뒤인 2011년 12월에야 일본 증시에 상장했다.

우량 외국 게임사를 인수해 덩치를 키우려면 외국 증시 진출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진경준 검사장은 이후에도 주식을 계속 갖고 있다가 작년 보유 지분을 전량 매도해 120억원이 넘는 투자 수익을 올렸다.

단 2005년 당시에도 김 대표는 일본 상장의 가능성을 최소한 염두엔 뒀던 것으로 추정된다.

김 대표는 2005년 10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영영 상장을 안 한다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 필요할 때, 좋은 기회가 올 때 해야 할 것"이라며 "앞으로 상장하게 될 경우 우리가 하는 일을 더 잘 이해해주는 곳을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게임 산업에 대해 한국보다 훨씬 우호적이었던 일본 증시에 진출하고 싶다는 의향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이때도 "벤처 투자 개념이 생기기 한참 전인 지난 1994년 회사를 세워 애초 투자를 받지 못해 결국 투자도 못 받고 상장도 안 하는 회사가 됐다.

그때 '상장은 회사를 30년 정도 잘하면 이후 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배웠고 앞으로도 서두르지 않고 하던 일을 20∼30년 정도 더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t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