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 계열사·직원 동원 자금 마련…최대주주 '미래에셋캐피탈' 재무 부담 우려

잔금 납부로 대우증권 인수 작업을 마무리한 미래에셋그룹이 사실상 가족기업인 비상장 계열 미래에셋캐피탈의 자금부담 우려를 안게 됐다.

미래에셋증권은 7일 KDB산업은행에 대우증권 지분 43% 인수 잔금을 납부하고 거래를 마무리했다.

미래에셋이 대우증권에 인수에 들인 자금은 총 2조3천846억원이다.

대우증권 지분(43%) 몫 2조3천205억원과 패키지 매물로 나온 산은자산운용 인수대금 641억원을 합한 금액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 인수 자금을 비상장 계열사와 직원들의 투자와 차입금으로 충당하면서 계열사의 자금 부담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대우증권 인수를 위해 작년 하반기에 유상증자로 9천560억원을 조달하고, 신한은행에서 인수금융으로 6천억원을 빌려왔다.

나머지 8천286억원은 보유 현금을 썼다.

미래에셋증권이 작년 11월 진행한 9천56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는 최대주주인 미래에셋캐피탈과 직원들이 대거 참여했다.

증자에는 우리사주 조합 소속 1천853명의 직원들이 1인당 7천600만원씩 모두 1천339억원을 쏟아부었다.

미래에셋캐피탈도 미래에셋증권 증자에 3천280억원어치를 투입했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증권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이 증자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비상장사인 미래에셋캐피탈은 박 회장이 지분 48.7%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사실상 개인 소유 기업이다.

따라서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이 합치는 합병 법인은 미래에셋케피탈이 최대주주가 되고, 이 회사의 1대 주주인 박 회장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구조를 갖추게 된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합병 작업이 마무리되면 박 회장은 주식을 한 주도 보유하지 않으면서 실질적으로 국내 1위인 증권사를 지배하게 된다"며 "금융통인 박 회장이 초대형 증권사를 어떻게 이끌고 갈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조만간 대우증권 회장으로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그러나 박 회장은 합병 이후 그룹 전체 지배구조를 어떻게 가져갈지, 미래에셋캐피탈의 재무구조 악화 우려를 어떻게 해소할지에 대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

미래에셋캐피탈은 최근 개정된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에 따라 앞으로 2년 안에 자기자본 대비 종속기업의 투자 비율을 현재 200% 수준에서 150% 아래로 낮춰야 한다.

이 비율은 작년 미래에셋증권 증자 참여로 50%포인트 이상 껑충 뛰었다.

미래에셋캐피탈은 더구나 2011년 발행해 오는 6월에 만기가 돌아오는 미래에셋생명의 전환우선주와 상환전환우선주 3천560억원어치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어서 추가 자금 부담이 불가피하다.

발행 당시 미래에셋캐피탈은 전환우선주의 기관투자가들과 전환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연 복리 8%를 가산해 매입해 주기로 약정을 맺었다.

미래에셋캐피탈 신용등급은 작년에 미래에셋증권의 증자에 참여한 영향으로 한 차례 강등되고서 추가 하향 조정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안지은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미래에셋캐피탈은 여신금융전문회사로 라이센스를 받았지만 자체 기능보다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며 "작년에 증권의 증자에 참여한 이후 신용등급을 한 차례 강등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미래에셋그룹은 대우증권 인수로 금융과 산업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그룹이 됐지만, 지배구조는 여타의 재벌그룹보다 취약하다"며 "박 회장은 강화된 그룹 위상에 걸맞은 지배구조부터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유현민 김현정 기자 indig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