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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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협회가 최근 불거진 '하나투어 사태'와 관련해 증권회사 리서치 센터장들과 공동 대응에 나섰다.

저성장·저금리로 자본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제대로 된 기업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하나투어와 같은 사태를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7일 금투협은 국내 32개 증권회사 리서치 센터장들과 논의한 끝에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고 "합리적 비판이 가능한 기반에서만 건전한 투자문화가 정착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준호 금투협 자율규제위원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기업이 상장을 한다는 건 다양한 의견을 수용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라며 "비판적 의견을 수용하지 못한다면 상장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애널리스트(기업 분석가)의 비판적 리포트(분석 보고서)에 대해 상장회사가 탐방을 금지하는 것은 감정적이고 세련되지 못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30일 교보증권 한 애널리스트는 하나투어와 관련해 "면세점 사업이 회사 전체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리포트를 내고 이 회사에 대한 목표주가를 20만원에서 11만원으로 낮췄다.

이날 하나투어 주가는 5.08% 떨어졌고 다음날인 31일에도 1.63% 추가 하락했다. 주가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4일까지 나흘 연속 밀렸다.

하나투어 기업설명회(IR) 담당자는 리포트 내용에 오류가 있다며 해당 애널리스트에게 강하게 항의했다. 이와 함께 기업 탐방을 아예 못하도록 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상장회사의 이같은 행동이 국내 증권회사에서 '매도' 리포트를 내지 못하게 만드는 한 요인"이라며 "건전한 토론이나 근거있는 자료를 가지고 반론을 제기해야 하는데 '오지 말라'는 식으로 대응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센터장들도 "다양한 시각의 리포트가 나오고 이에 대해 백가쟁명식 토론과 합리적 비판이 있어야만 한다"며 "이를 통해 건전한 투자문화가 정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6월에는 토러스증권 한 애널리스트가 시내면세점 입찰과 관련해 낸 현대백화점 리포트에 대해 이 회사 경영진이 해당 리포트를 삭제하라고 요구한 일이 있었다.

금투협은 앞으로 협회 규정이나 제도 개선을 통해 상장회사의 과도한 처사를 막을 수 있을 지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한국IR협의회에서 IR 담당자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 과정에 '애널리스트 조사분석자료(리포트) 독립성'에 대한 과정을 넣도록 할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증권회사도 애널리스트의 리포트 품질을 더욱 높이도록 자체 기준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이번 사태를 반성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센터장들은 "상장회사와의 소통을 더 늘려나가겠다"며 "아울러 투자자로부터 신뢰받는 리포트 생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