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가치의 가파른 상승은 일본 수출 대기업의 수익성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일본 정부의 재정을 악화시켜 소비세율을 인상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엔화가치는 전날 미국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10엔 선이 무너지면서 1년 6개월 만에 최고수준으로 치솟았다.

엔화의 고공행진은 달러화 약세에 기인한다.

달러 약세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겠다고 밝힌 데 따른 현상이다.

국제금융시장 투자자 사이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경제 정책인 아베노믹스의 약발이 떨어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조되면서 나타난 안전자산 선호 현상 때문이기도 하다.

엔화가치의 반등은 '돈풀기→엔화약세→수출 확대→임금인상→소비확대'로 이어지도록 설계된 아베노믹스에는 저주다.

2012년 아베 총리 집권 이후 대대적인 돈풀기 덕에 엔화가치는 작년 중순까지 50% 떨어졌었다.

이에 따라 일본의 수출 대기업 수익이 급증한 것은 물론, 관광객이 대거 일본으로 유입됐다.

일본 정부의 재정적자를 줄이고, 세입을 확대하는 효과를 낳기도 했다.

수출 대기업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면서 법인세 세입이 늘었고, 증시가 급등하면서 증권거래세도 대거 들어왔다.

정부의 해외자산에서 나오는 이자수익도 엔화 기준으로는 상승했다.

엔고는 이 모든 긍정적 현상을 뒤집을 전망이다.

올해 들어 일본의 주가는 17% 떨어졌다.

1분기 엔화 가치는 1년 전에 비해 3% 상승했다.

이에 따라 일본 수출대기업의 수익감소가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른 정부의 세입 감소는 아베 총리가 내년 4월로 예정된 소비세 인상을 강행하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WSJ는 강조했다.

소비세 인상 강행은 아베 정부가 2014년 범했던 실수를 반복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당시 소비세 인상으로 일본의 경기는 다시 침체에 빠졌고, 물가 상승세도 꺾였다.

소비세 인상에 대한 공포는 자체적으로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높이고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아베 총리는 이번 주 미국 워싱턴에서 기자들과 만나 소비세 인상을 예정대로 하겠다고 밝혔고, 일본 닛케이지수는 6일까지 7거래일째 하락했다.

이는 아베노믹스 시행 이후 최장 하락 기록이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