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상장…공모자금 중 2조, 면세점 M&A 실탄으로 '세계1위' 노려

"호텔롯데 주식은 되도록 많은 주주들이 소유할 수 있는 대중적 주식이 되어야 한다"
6일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임박한 호텔롯데 주식시장 상장에 앞서 이런 원칙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당초 30~40% 범위로 알려졌던 호텔롯데의 신주 발행 비율(전체 주식 대비)은 최상단인 40%에 가까운 수준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기존 호텔롯데의 주식 수가 1억235만주 정도인데, 신주 비율이 40%라면 최대 6천823만주 정도가 더 발행돼 일반 기관·개인 투자자들에게 배정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경우 호텔롯데의 기업가치를 20조원으로 가정했을 때 단순 계산상 주당 가치는 11만7천원, 10조원으로 가정했을 때 5만8천600원 정도가 된다.

신 회장이 상장을 처음 약속한 지난해 8월만해도 호텔롯데의 기업 가치(시가총액) 추정값은 호텔신라 주가 등을 기준으로 20조원까지 거론됐다.

하지만 이후 비교 대상인 호텔신라의 시가총액이 절반 수준(주가 14만원대→7만원대)으로 깎인데다 지난해 11월 서울시내 면세점 특허전에서 호텔롯데 소속 잠실점(월드타워점)을 뺏기면서 시장에서는 10조원도 불안하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호텔롯데의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면세점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85%, 99%에 이르고(NH투자증권 추정), 다시 면세점만의 매출과 영업이익 가운데 뺏긴 잠실 면세점의 비중을 따져보면 각각 12~13%(2014년 기준) 정도이다.

잠실점 특허 재승인 가능성을 배제하면, 당장 호텔롯데 실적의 10%(85~99%×12~13%) 안팎이 날아갈 위기에 처한 셈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공모가가 수 십, 수 백만원으로 너무 비싸 대중들이 쉽게 근접하기 어렵다면 기업공개(IPO)의 의미가 없다는 게 신동빈 회장의 생각"이라며 "현재 실적이나 자산 뿐 아니라 성장성, 주식 수요 등에 따라 공모가가 결정되겠지만, 10만원대가 유력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상장시점은 그룹 내부에서 6월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 1월 28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심심사를 통과한 호텔롯데는 곧 2015년도 결산까지 포함한 증권신고서를 금융감독원과 증권거래소에 제출하고 국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딜 로드쇼(Deal Roadshow·주식 등 자금조달을 위한 설명회)에 나설 예정이다.

이후 딜 로드쇼 등에서 수렴된 의견과 수요 예측 등을 바탕으로 주간 증권사는 공모가를 확정하고, 이 가격을 기준으로 공모주 청약이 진행된다.

공모를 통해 모인 주식대금 납입이 완료되면 마침내 상장이 이뤄진다.

이론상으로는 각 절차를 최대한 빨리 마치면 5월께도 상장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 시황이 썩 좋지 않은데다 잠실 면세점(월드타워점) 부활 가능성이 가시화되지 않은 상태라 롯데가 상장을 무리하게 서두를 가능성은 매우 낮다.

4월말로 예정된 정부의 서울시내 면세점 추가 허용 방침이 명확하게 공개된 뒤에야 이 소식을 들고 본격적으로 로드쇼 등 투자 유치 작업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지난 1월 홍콩과 싱가포르 등으로 상장과 상관없이 설명회에 나섰을 때, 질문의 대부분이 잠실 면세점의 동향에 집중됐다"며 "상장 전에 잠실점 재승인이 확정되기는 어렵겠지만, 면세점 제도 관련 정부의 정책이 긍정적으로 바뀐다면 그 부분을 향후 상장 관련 로드쇼에서 강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호텔롯데는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의 상당 부분을 인수·합병(M&A) 등 공격적 성장 전략에 투자할 계획이다.

시가총액을 시장 예측값의 최하 수준인 10조원으로만 잡아도 호텔롯데는 최소 4조원 정도의 공모자금(신주 공모 비율 40% 가정)을 확보할 수 있다.

이 가운데 2조원 정도는 이미 면세점의 M&A 자금으로 거의 용도가 정해졌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면세점이 호텔롯데의 매출과 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만큼, 면세점의 M&A와 해외진출에 2조원 정도가 우선 배정될 것"이라며 "이미 호주 면세점 업체 등과 M&A 관련 접촉도 실제로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2014년 기준(무디리포트 집계) 듀프리(스위스·48억5천만 유로)·DFS그룹(미국·37억5천만 유로)에 이어 세계 3위 면세점(33억4천600만 유로)인데, 만약 2조원의 공모자금으로 대형 M&A를 1∼2건 성사시킬 경우 1~2년 사이 2위 DFS를 제치고 1위 듀프리까지 위협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게 롯데의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