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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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분기 변동성 장세 속에서도 가치주 펀드의 상대 성과가 양호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가치주 펀드는 지난 2년 동안 중소형·성장주 펀드에 밀려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올 들어 대표주자인 '신영마라톤펀드'의 선전으로 가치를 입증했다.

6일 한국펀드평가 펀드스퀘어에 따르면 국내 나와있는 설정 3년 이상 가치주 펀드 중 운용 자산 1000억원 이상의 대표 펀드 8개의 올해 수익률은 3.33%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중소형주 펀드 수익률(-2.60%)을 크게 웃돈 것은 물론 국내 주식형펀드 전체 수익률(0.13%)과 비교해도 눈에 띄는 수준이다.

가치주 펀드의 약진은 올해 1월 중순을 기점으로 원자재 가격과 신흥국 통화가 강세 반전하면서 가치주 투자 심리가 빠르게 살아난 덕분이다.

김영일 대신증권 연구원은 "1분기 글로벌 증시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가 가치주의 상대적 상대적 강세"라며 "특히 선진국보다 신흥국에서 이런 현상이 강하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실제 MSCI 분류 기준 신흥국 가치주는 1분기 동안 7.3% 상승해 3.5% 상승에 그친 중소형·성장주를 크게 앞질렀다.

개별 가치주 펀드 중에서는 신영자산운용의 '신영마라톤펀드'가 3.98%로 가장 성적이 좋았고 NH-CA자산운용의 'NH-CA아이사랑적립'이 1.51%로 뒤를 이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골드플랜연금'과 KB자산운용의 '밸류포커스'도 각각 1.35%, 1.09%로 양호한 성과를 보였다.

반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가치주포커스'와 트러스톤자산운용의 '밸류웨이'는 -2.81%, -2.14%로 저조한 성적에 머물렀다.

가치주 펀드의 양대 축이라 할 수 있는 신영마라톤펀드와 한국밸류10년투자펀드의 희비는 엇갈렸다.

두 펀드는 올해 1분기 각각 3.98%와 -0.73%로 상반된 수익률을 기록한 데 이어 6개월, 1년으로 범위를 넓혀도 수익률 차이가 극명했다.

신영마라톤의 경우 6개월과 1년 각각 5.21%, 1.94% 수익률을 올렸지만 한국밸류10년투자는 -1.76%, -3.73%에 머물렀다.

이수희 한국펀드평가 과장은 "신영마라톤은 지속적으로 대형-혼합가치 스타일로 운용돼 대형-가치 장세에서 높은 성과를 기록했다"며 "반면 한국밸류10년투자는 최근 중형-혼합으로 운용 스타일이 바뀌면서 대형-가치 장세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가치주 펀드의 성과가 이어질 지에 대해서는 시장 전망이 다소 어두운 편이다. 가치주 선호를 이끈 원자재와 신흥국 통화가 부담스러운 수준에 도달했다는 지적이다.

김 연구원은 "4월 이후부터는 성장주가 상대적인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며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가치주보다는 성장주의 이익 전망이 더 양호하다"고 말했다. 주요국의 시장 금리 하락도 성장주에 보다 유리한 환경이라고 그는 판단했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시장 환경 자체는 가치주가 좀 더 지속될 수 있다"면서도 "투자자들이 성장·중소형주에 대한 선호가 워낙 강한 편이어서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성장주 쪽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시장 변화에 대응해 특정 펀드에 집중하기보다는 확고한 운용철학을 유지하는 복수의 펀드에 포트폴리오 차원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