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 내기가 겁난다”고 고충을 털어놓는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늘고 있다. 작성한 보고서가 예상치 못한 파장을 불러오거나 이해관계자와의 갈등으로 번지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어서다. 애널리스트의 독립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증권은 지난 3일 ‘무엇이 좋아지는가’라는 제목의 CJ헬로비전 종목 보고서를 회사 홈페이지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등에서 삭제했다. SK증권 관계자는 “보고서 의도와 다른 해석이 나오면서 논란이 불거진 만큼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차원에서 보고서를 삭제했다”고 말했다.

지난 1일 발간된 이 보고서는 CJ헬로비전이 SK브로드밴드와 합병하면 유료방송 가입자 모집 경쟁이 줄어들 것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방송법에서는 사업자의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이 33.3%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CJ헬로비전 합병법인의 점유율(26.5%)이 규제 상한선에 근접하면서 가입자 유치 경쟁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 보고서는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이 사업자 간 경쟁 촉진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그룹 관계사 SK텔레콤의 주장과 배치된다. SK증권은 경쟁 완화로 마케팅 비용이 줄어들면서 CJ헬로비전이 그만큼 투자를 늘리고 서비스 품질도 올라갈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SK텔레콤의 주장과 여전히 간극이 커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자 보고서를 내려버린 것이다.

유진투자증권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이 회사 리서치센터는 지난 1월 대우조선해양 목표주가를 1400원까지 내린 보고서를 발간했다. 하지만 투자자와 대우조선해양 최대주주인 산업은행 등의 반발이 커지자 에프앤가이드 등에서 관련 보고서를 삭제했다. 최근에는 하나투어가 자사 목표주가를 내린 보고서를 내놓은 교보증권 애널리스트에게 회사 탐방 금지를 통보하기도 했다.

금융투자협회도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하나투어 등의 사례에 대해 실태조사를 하고 금융감독원에 관련 사실을 보고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기업분석 전문가인 애널리스트의 독립성을 업계 안팎에서 옥죄고 있는 만큼 신뢰받는 보고서가 시장에서 실종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