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능력 11위 한화건설이 주식담보 대출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최근 2년간 해외 사업에서 대규모 영업손실을 낸 탓에 부족해진 현금을 보충하기 위해서다.

2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한화건설은 지난달 말 한화생명 주식 3560만주를 중국공상은행 등에 담보로 제공했다. 이달 1일 종가(6700원) 기준으로 2385억원어치다. 시가 대비 담보인정 비율이 50~60%임을 감안할 때 신규 대출 원금은 1200억~1400억원으로 추정된다. 기존 담보대출 잔액은 3800억원이었다.

한화건설은 한화생명 주식 약 2억1600만주, 전체의 24.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최근 시가로 1조4500억원에 달해 한화건설의 재무안정성을 뒷받침하는 핵심 자산으로 꼽힌다. 하지만 활용 가능한 주식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이번 추가 대출로 담보제공 주식은 전체 보유량의 62%에서 78%로 늘었다.

앞서 한화건설은 한화생명 주식 일부를 기초자산으로 교환사채(EB)를 발행하거나 아예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로 처분하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다양한 자금조달 방식 중 하나로 이번 추가 담보대출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한화건설은 2014년과 지난해 각각 4110억과 4393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기존 회사채 차환(신규 발행으로 만기상환 자금을 마련) 계획에 비상이 걸렸다. 기관투자가들이 종전보다 훨씬 높은 이자를 요구하기 시작해서다. 신용등급은 ‘BBB+(안정적)’로 최근 2년간 두 단계 떨어졌 다.

실적 부진과 회사채 만기도래 문제는 계속해서 대출 등 다른 방식의 자금조달 확대를 부채질할 전망이다. 한화건설 회사채 발행잔액은 지난해 말 약 1조6000억원으로 전체 차입금 2조200억원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올 들어선 3건, 1600억원을 상환하는 동안 신규 발행이 한 건도 없었다. 오는 26일에도 1500억원어치가 만기도래한다.

한화건설은 2014년 6월 모회사인 (주)한화의 지원을 바탕으로 4000억원의 전환상환우선주(RCPS)를 발행하기도 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