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대우증권 합병법인 내가 직접 챙길 것"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의 합병 절차를 진두지휘하기로 했다. 합병법인의 인사는 물론 조직구성, 경영원칙 등 합병 초반에 필요한 모든 일을 직접 챙긴다는 방침이다.

박현주 회장은 3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미래에셋대우증권은 미래에셋그룹의 장래를 결정할 아주 중요한 회사”라며 “합병법인이 자리잡을 때까지 내가 전적으로 책임질 생각”이라고 밝혔다. 등기이사를 맡을지에 대해서는 “미정”이라고 했다. “오는 5월 대우증권 주주총회 때 등기이사(사내이사)로 나설지, 미등기이사지만 실질적으로 회사를 이끌지는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만약 박 회장이 대우증권의 사내이사로 가면 홍성국 현 대우증권 사장과 공동대표 형식으로 합병절차를 마무리한다. 미등기이사를 선택하면 진두지휘는 하지만 홍 사장 단독대표 형식으로 가게 된다.

박 회장의 이 같은 결정은 ‘샐러리맨 신화’를 일군 증권업계 유명인사로서 내부적으로는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시킬 수 있으며 대외적으로도 그룹 회장이 직접 챙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향후 사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대우증권은 직원 수만 5000명 되는 큰 회사기 때문에 임직원과 소통하면서 회사가 잘 자리잡도록 초반에 직접 나서는 게 현명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합병법인의 후임 대표 인선과 관련해서도 “합병법인 출범 직후에 물려주게 될지, 어느 정도 기간 동안 내가 더 챙길지는 가봐야 알 일”이라고 답했다. 최현만 미래에셋생명 수석부회장이 합병법인의 대표를 맡을 것이라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박 회장은 “최 부회장을 절대적으로 신뢰하기 때문에 이번 결정은 신뢰의 문제가 아니라 책임의 문제”라며 “초반에는 내가 책임진다는 의미에서 경영 일선을 챙기는 것이고 합병이 마무리된 뒤에는 최 부회장을 비롯한 주요 임원의 역할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합병이 마무리될 때까지는 홍성국 사장이 단독으로 대표를 맡는 형식을 취하되, 실제로는 박 회장과 홍 사장이 공동으로 회사를 주도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대우증권의 여성 임원도 대거 발탁할 계획이다. 박 회장은 “인재사관학교라고 불려온 대우증권도 남성 직원 중심의 사풍 때문에 그동안 여성 임원이 없었다”며 “오는 20일께 열리는 이사회에서 여성 임원을 포함한 전체 임원을 선임하고 다음달 주주총회에서 승인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여성 임원 숫자에 대해 박 회장은 “(등기이사와 미등기이사를 포함해) 최소 3명 이상을 생각 중이고 1년 안에 10명가량 승진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우증권을 비롯한 대형 증권사에 여성 임원이 적은 문제는 꾸준히 지적돼왔다. NH투자증권과 대우증권, 한국투자증권에는 여성 임원이 한 명도 없다. 미래에셋증권에는 지난해 말 기준 5명의 이사대우(조은아 업무지원본부장, 남희정 경기사업본부 정자동지점장, 노정숙 서울사업본부 강남구청지점장, 형정숙 업무지원본부 담당임원, 이지영 국제본부 국제영업팀장)가 재직 중이다. “능력이 우수한 직원에게 그만큼의 보상을 한다”는 박 회장의 인사 방침에 따라 상대적으로 여성 인재를 많이 발탁해왔다는 평을 듣는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