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개편 단행하고 직원과는 소통강화…'투 트랙' 경영 행보

취임하고 막 한 달을 넘긴 여승주 한화투자증권 대표가 내부 갈등과 실적 악화로 위축된 사내 분위기를 추스르는 작업에 전력을 쏟고 있다.

업계 안팎에선 여 대표가 벼랑 끝에 선 한화투자증권의 구원투수로서 제 역할을 할지 주목하고 있다.

3일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여 대표는 지난 1일 리테일 본부 명칭을 자산관리(WM)본부로 바꾸고 지역사업부를 10개 권역으로 재편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주진형 전 대표가 '서비스 선택제' 도입 효과를 극대화기 위해 지난 1월 이원화한 컨설팅·다이렉트 조직을 도로 WM지원실로 통합했다.

서비스 선택제는 고객의 주식 위탁 계좌를 상담(컨설팅) 계좌와 비상담(다이렉트) 계좌로 나누는 것으로, 주 전 대표가 작년 10월 임직원의 반대를 물리치고 도입했다.

애초 고객 이탈과 영업 기반 훼손이 우려됐던 만큼 일각에선 여 대표의 이런 조직 개편이 서비스 선택제 폐지 수순을 밟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여 대표는 또 종전의 지역 사업부를 없애는 대신 강남1·2, 경기, 강북, 강서, 충청, 호남, 대구, 울산, 부산 등 10개 권역으로 재편해 권역별로 자율권을 주기로 했다.

여 대표의 '주진형 색깔 지우기'는 이뿐만이 아니다.

한화투자증권은 최근 변동환 상무와 최덕호 상무 등 5명을 새로 선임했다.

변 상무 등은 작년 9월 서비스선택제 도입에 반발해 집단 항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대기 발령된 데 이어 작년 12월 계약이 해지됐다.

당시 업계 안팎에선 임기를 불과 3개월가량 앞둔 주 대표가 공교롭게도 자신에게 반기를 든 임원만 골라서 계약을 해지하자 '보복성 인사'를 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여 대표는 계약이 해지된 임원들을 모두 회사로 다시 불러들이고 보직을 맡겼다.

반면에 지난달 초 주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박재황 경영지원 부사장과 정해근 세일즈앤드트레이딩(S&T) 부사장을 보직해임했다.

여 대표는 또 취임 직후 사내에 경쟁력 강화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해 새로운 경영 전략을 구상 중이다.

작년 대다수 국내 증권사가 좋은 실적을 올린 상황에서 한화투자증권은 주가연계증권(ELS) 운용 실패 등으로 영업손실을 낸 만큼 실적 개선도 여 대표 앞에 놓인 큰 과제다.

여 대표는 주 전 대표가 서비스선택제를 비롯해 과당매매 제한, 수수료 기준의 개인 성과급 폐지 등 각종 파격적인 실험을 해 논란이 일었던 점을 고려해 기존 제도를 유지할지도 다각도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주 전 대표의 '일방통행식 개혁'으로 내부 갈등이 고조됐던 점을 염두에 두고 직원과의 소통 강화에 힘쓰고 있다.

여 대표는 지난 2월29일 선임된 뒤 전 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열린 귀를 가지고 직원 여러분의 의견을 자세히 많이 듣겠다"며 "이를 바탕으로 더 나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덧셈 경영을 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여 대표는 취임 후 제주지점을 포함한 전국 50개 지점을 차례로 방문하며 직원 개개인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다.

한 회사 관계자는 "그동안 여러모로 상당히 위축됐던 사내 분위기가 새 대표 취임 이후 많이 바뀌었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hanajj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