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인수 도전 3번째 만에 대형 증권사 인수 눈앞
업계 3위권으로 도약…윤종규 리더십 강화될 듯


KB금융이 2전3기 만에 대형 증권사 인수를 눈앞에 뒀다.

KB금융은 31일 한국금융지주와 홍콩계 사모펀드(PEF) 액티스를 따돌리고 현대증권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

KB금융은 오는 5~6월께 협상을 마무리하고 현대증권을 최종 인수하게 되면 KB투자증권과 합병할 예정이다.

KB투자증권은 업계 18위의 증권사에서 3위로 수직 도약하게 된다.

국민은행장까지 겸임하는 윤종규 회장은 현대증권 인수에 성공함으로써 더한층 확고한 리더십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 KB금융, 증권사 인수는 숙원
대형 증권사를 인수해 은행과의 시너지를 강화하겠다는 건 KB금융지주의 숙원 사업이었다.

규모가 작고 경쟁력이 뒤처지는 KB투자증권만으로는 격변하는 금융권에서 제대로 대처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KB금융은 지난 2013년 우리금융지주가 내놓은 우리투자증권 입찰에 나섰다.

당시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해 KB투자증권과 합병하면 증권사 1위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러나 KB금융을 이끌던 임영록 회장은 한 수 아래로 평가받던 농협금융지주에 막판 '덜미'를 잡혔다.

당시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현재 금융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임종룡 위원장이었다.

증권사 인수를 노리던 KB금융에게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1970년대 국내 증시 태동기에 세워졌던 전통의 명가 대우증권이었다.

'증권사관학교'라고 불릴 정도로 탄탄한 맨파워를 자랑하는 대우증권은 투자업무(IB)에서 뛰어난 역량을 발휘해온 우량 증권사였다.

IB쪽을 강화하려는 KB금융으로서는 인수에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는 매물이었다.

증권업계 1위라는 외형은 덤이었다.

하지만 미래에셋증권, 한국금융지주와 3파전을 이뤄 도전했다가 가장 낮은 가격을 써내 미끄러졌다.

시장에서는 회계사 출신의 윤종규 회장이 '지나치게 주판알을 굴렸다'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KB금융은 대우증권 인수에 실패한 지 석달여 만에 다시 현대증권에 도전했다.

대형증권사지만 우리투자증권이나 대우증권 보다는 자본 규모가 작은 증권사여서 1조원 가량의 금액으로 비교적 큰 증권사를 살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였고, KB는 결국 막판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KB금융이 현대증권을 사들여 KB투자증권과 합병시키면 자본 규모 3조8천393억원의 대형 증권사를 계열사로 보유하게 된다.

미래에셋대우증권, NH투자증권에 이은 3위 규모다.

그룹 총자산도 22조9천억원 늘어난 379조4천억원으로 증가한다.

흔들릴 뻔 했던 윤종규 회장의 리더십은 더욱 강고해질 전망이다.

대우증권 인수 실패로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던 윤 회장은 뚝심을 발휘하며 결국 현대증권이라는 대물을 손에 넣었다.

작년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인수를 마무리하며 지난 2006년 외환은행 인수 때부터 이어져온 KB의 M&A 흑역사 사슬을 끊었던 윤 회장은 또 한번 승부사 기질을 발휘하며 M&A에서 성과를 냈다.

◇ 백조로 변신할 KB투자증권…신한 아성 넘을까
KB금융이 이처럼 계속해서 증권사 인수전에 참여하는 것은 은행업에 치우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기 위해서다.

KB금융은 지난해 기준으로 은행 부문이 순이익의 67%를 차지했다.

카드는 22%, 증권은 3%에 불과했다.

손해보험업계 4위인 LIG손보를 인수해 보험 분야 경쟁력은 강화됐지만, 증권 부문은 정상권에서 거리가 한참 멀다.

KB투자증권은 자기자본 기준으로 18위에 머물러 있다.

점점 고객의 자산관리(WM) 업무가 중요해지고 은행·보험·증권을 아우르는 복합점포가 늘어나는 등 금융환경이 격변하는 상황에서 현재의 포트폴리오와 전력으로는 리딩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어렵다는 것이 KB금융의 판단이다.

게다가 주력 계열사인 은행권의 업황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의 주 수익원인 순이자마진(NIM)은 작년 역대 최저 수준인 1.58%로 떨어졌다.

이 영향으로 금융권의 중심축을 이루던 은행들이 작년 벌어들인 순이익은 3조5천억원에 그쳐 체면을 구겼다.

이는 보험회사들이 벌어들인 수익(6조3천억원)의 절반밖에 안 되는 금액이다.

게다가 일본, 유럽 중앙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 등으로 국내 시장금리도 인하 압박을 받고 있어 은행을 통한 수익 창출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2009년 이후 '리딩뱅크' 자리를 꿰찬 신한금융을 따라잡으려는 KB금융이 수익 다각화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신한금융이 신한카드를 바탕으로 금융지주 성적으로 압도적인 1위를 견지하고 있는 점은 포트폴리오의 중요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작년 순이익만 해도 KB금융은 신한금융에 약 6천700억원이나 뒤졌다.

KB금융의 직원 수가 신한보다 3천여 명 많은 것에 비하면 실질적인 격차는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buff2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