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000 논쟁' 들여다보니…넘어선다 vs 넘어진다
코스피지수가 다시 1990선으로 밀렸다. 4개월 만에 2000선을 돌파한 지 하루 만에 ‘고지’에서 물러선 것이다. 2월 중순 이후 반등장을 주도했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2000억원어치 넘게 순매도로 돌아선 영향이 컸다. 코스피지수 2000선이 추가 상승을 가로막는 ‘저항선’일지, 추가 상승의 디딤돌이 될 ‘지지선’ 역할을 할지 증권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31일 코스피지수는 6.29포인트(0.31%) 하락한 1995.85에 마감했다. 장 초반 삼성전자 실적개선 기대 등에 힘입어 2007.43까지 올랐지만 곧 하락세로 전환해 장중 1986.74까지 밀리기도 했다. 2월 중순 이후 순매수세를 이어왔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2월12일(2978억원 순매도) 이후 최대 규모인 2107억원어치(유가증권시장 기준)를 순매도한 충격이 컸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원·달러 환율이 1230원대까지 올랐다가 7% 넘게 떨어지면서 달러표시 한국 주식시장 가치가 올라갔다”며 “외국인 시각에선 한국시장의 저평가 매력이 다소 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향후 방향성은 매수세가 심리적 저항선으로 자리 잡은 2000선을 뚫느냐 여부에 달려있다. 전망은 크게 엇갈린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예전에는 손쉽게 코스피지수 2000선을 넘어가곤 했는데 올 들어선 2000선 문턱이 크게 높아진 느낌”이라며 “박스권 학습효과가 반복되면서 박스권 상단이 2050선에서 2000선으로 떨어져 박스권 폭만 좁아졌다”고 진단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도 “주식시장은 연초 급락장을 벗어나 제자리로 돌아왔을 뿐 주요 투자자들은 코스피지수 2100, 2200식의 추가 상승을 확신하지 못하는 모양새”라고 거들었다.

반면 최근의 조정국면이 일시적인 ‘숨고르기’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만만찮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3월 ISM제조업지수와 중국 3월 제조업구매관리자지수(PMI) 등 주요 지표 발표를 앞두고 외국인이 일시적으로 눈치 보기를 하고 있을 뿐”이라며 “국제 유가가 안정세를 보이고 유럽 은행 신용불안 등 큰 악재가 사라진 만큼 상반기 중 코스피지수 2100 도달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도 “3월15~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전후해 신흥국에 자금이 유입되는 큰 틀이 갖춰진 만큼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다른 쪽에선 지금과 같은 힘겨루기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는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경제 성장과 관련한 각종 지표를 확인한 뒤 하반기에야 지수 2050 이상을 넘어서는 움직임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