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튈지 모르는 신흥국 투자보다 신흥국 매출 많은 선진국 기업이 낫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올해 한 차례에 그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밤 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발언이 비둘기파(금리인하론자) 목소리에 힘을 실어줬네요. ”

미국계 자산운용사 MFS의 마이클 로베르지 공동대표이사(CEO·사진)는 3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성장 둔화와 유럽 금융시장 불안 등 경제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1924년 설립된 MFS는 지난해 말 기준 481조원의 운용자산을 보유한 미국 내 10위 자산운용회사다. 한국에선 국민연금관리공단 등 4개 연기금에서 4조원을 위탁받아 글로벌 주식시장에 투자하고 있다.

로베르지 대표는 전날 밤 옐런 의장이 점진적인 기준금리 인상 방침을 시사한 것을 두고 “달러 약세와 함께 주식시장이나 금 등 상품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경제에 대해선 긍정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그는 “중국 경제의 연초 불안정한 모습은 정부 투자 주도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성장 구조가 전환되는 시기에 나타난 일시적 현상”이라며 “급속하게 침체되는 경착륙(hard landing)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반면 투자자들에게는 신흥국 주식 직접투자는 권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정부 정책, 불투명한 기업정보 등 암초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신 글로벌 명품기업 루이비통처럼 선진국 주식시장에 편입돼 있지만 신흥국 시장의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을 찾아 투자하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선진시장 가운데선 일본 경제를 부정적으로 봤다. 로베르지 대표는 “아베노믹스의 세 번째 화살인 노동개혁, 연금개혁 등 구조조정의 화살이 완전히 빗나갔다”고 평가했다. 특히 종신고용제도를 유지하는 일본 기업의 생산성이 단기간에 높아지긴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 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 대해서도 “수익성이 나빠진 은행들이 오히려 기업 대출을 줄여 정책 의도와 다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기업 활력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에 대해선 “중국 기업과 경합도가 높아지면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시장 선점 효과가 있는 정보기술(IT)이나 자동차 부문은 여전히 경쟁력이 높아 투자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로베르지 대표는 올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한 차례 정도 더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