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돌파한 가운데 시장은 확장적 통화정책에 다시 눈길을 주고 있다. 금리 인상 시기를 최대한 늦추겠다는 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지난 29일 발언과 이날 새누리당이 4·13 총선 공약으로 발표한 ‘한국판 통화 완화 방안(이하 양적 완화 방안)’이 맞물리면서다. 국내에서 양적 완화가 추진되면 시중에 돈이 풀리면서 주식시장도 상승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30일 코스피지수가 전날보다 7.23포인트 올라 4개월 만에 2000선을 회복했다. 이날 오후 서울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이 2002.14를 나타내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30일 코스피지수가 전날보다 7.23포인트 올라 4개월 만에 2000선을 회복했다. 이날 오후 서울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이 2002.14를 나타내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온기 감도는 시장

강봉균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이 양적 완화 방안을 언급한 다음날인 30일 국내 주식·채권시장은 강세를 보였다. 코스피지수는 2000선을 회복했고 국고채 금리는 대부분 하락세(채권값 상승세)를 보였다.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17%포인트 내린 연 1.781%에 마감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1.45%로 전날보다 0.001%포인트 올랐으나 여전히 한국은행의 기준금리(연 1.5%)를 밑돌았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양적 완화 방안이 침체된 국내 증시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한진 KTB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시중에 풀린 통화량만큼 화폐가치가 떨어지고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은 커진다”며 “물가 상승에 따라 주식과 채권 등 자산가격이 오름세를 보이고 위축된 투자심리도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차입금에 눌린 기업들에도 숨통

전문가들은 우선적으로 수출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원화가치가 떨어지면 그만큼 수출주 가격경쟁력은 올라가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 상승(달러 강세)에 따라 환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

차입금 상환(차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도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양적 완화 방안은 산업은행이 기업 지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한국은행을 대상으로 채권을 발행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산업은행의 지원이 확대되면 자금사정이 팍팍한 기업들의 신용위험이 완화될 것”이라며 “차환위험이 불거진 일부 조선·해운주가 산업은행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산업은행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 등을 맺었거나 차환위험이 높은 동국제강(5.31%) 대성산업(4.05%) 두산건설(1.06%) 등이 이날 강세를 나타냈다.

◆외국인 투자자는 ‘글쎄’

양적 완화 방안이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도 있다. 외국인 투자자 심리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원화가치가 하락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외국인이 환차손을 우려해 한국 증시에서 자금을 뺄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외국인 이탈 현상이 수출주 실적 개선 등 긍정적인 효과를 압도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한진 팀장은 “양적 완화가 시행되면 증시는 반짝 효과를 거둘 수 있겠지만 펀더멘털 개선이 없는 한 약효는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익환/하헌형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