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빗GO] '자전거 천국' 서울?…이러다 천국 가겠어요
[편집자 주] 봄, 자전거 타기 좋은 계절이죠. 서울시는 공공자전거 브랜드인 '따릉이' 대수를 2배로 늘리는 중입니다. 시내 곳곳을 공공자전거망으로 연결하는 중이죠. 뉴스래빗도 지난달 31일 따릉이를 직접 타봤습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여의도역 1번 출구에서 서울 중구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까지 따릉이 출근(자출) 체험을 했습니다.

래페지기(뉴스래빗 페이스북 관리자) 김현진 기자는 꽃잎 흩날리는 길 따라 '벚꽃 엔딩' 노래 들으며, 운동도 하고 계절까지 즐기는 상쾌한 '모닝 라이딩'을 꿈꿨죠. 그러나 기대는 페달에 발을 올리기 전부터 깨지기 시작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건 좀 아니지 말입니다. 고난의 자출 현장, 영상으로 보시죠.

↓ 래페지기 vs 따릉이 단판 승부, 바로 영상에서 확인하세요 !.!


# 따릉이란? 공공자전거 따릉이는 서울시가 지난해 10월부터 시작한 사업입니다. 서울 시내에 따릉이가 가장 많이 설치된 곳은 5호선 여의도역 1번 출구입니다. 35대 따릉이가 줄지어 시민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오전 7시 이후부터 인근 직장인들이 출근 때 많이 탑니다.

서울시의 2월 말 통계를 보면 따릉이 정기권(7일 3000원, 30일 5000원, 1년 3만원) 이용 시민(총 이용건수의 70%)이 평균 26분 동안 3km 내외를 이동할 때 많이 이용했습니다. 지역별로는 4대문안(30%) 이용률이 가장 높았습니다. 연령은 20대(44%)가, 남성(67%)이 여성보다 2배 가까이 더 많이 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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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고된 고난, '따릉이' 온라인 예약

뉴스래빗은 촬영 전날부터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따릉이 대여 예약 때문입니다. 회원 및 비회원 대여 2종류인데 비회원도 '따릉이' 애플리케이션(앱)이나 홈페이지에서 대여 절차를 거칩니다.

문제는 기자의 아이폰이었습니다. 따릉이 아이폰 앱은 없고, 안드로이드 앱만 있습니다. 따릉이 안내원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상담원은 "아이폰의 경우 검수 문제로 앱을 이용할 수 없는 상태"라며 홈페이지 가입을 권했습니다.

다시 노트북을 켜 본인 인증부터 결제까지 복잡한 절차를 마쳤습니다. 그런데 노트북 PC웹에는 예약 기능이 없었습니다. 다시 안내원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따릉이 예약은 앱에서만 된다고 합니다. 아이폰의 경우 모바일웹에 접속한 뒤 'PC버전'으로 전환한 뒤 예약을 할 수 있었습니다. 홈페이지에서 대여 방법을 충분히 숙지했지만 머리는 계속 어지러웠습니다.

◇ 배보다 더 큰 배꼽‥따릉이 벌금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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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오전 7시 45분 여의도역 1번 출구. 고난과 역경은 더 이상 없을 줄 알았습니다. 봄바람을 가르며 신나게 출발했습니다. 마포대교를 건너 마포역, 공덕역에 도착하자 신세원 기자가 다급하게 저를 부릅니다.

"선배, 지금 오전 8시 반인데요? 자전거 반납시간까지 15분 남았다고 문자가 왔어요. 자전거로 출근하다가 지각해서 팀장한테 깨지는게 문제가 아닌거 같습니다. 벌금 폭탄 맞겠는데요."

"(기자) 빨리 '따릉이' 반납소 찾아봐.. 제일 가까운 곳이 서울역이야? 허걱"

서울시는 특정인의 따릉이 독점 사용을 방지하기 위해 대여 후 1시간 이내에 한번은 무조건 반납토록 정해놨습니다. 24시간 대여했더라도 1시간마다 반드시 반납대에 들어왔다가 나가야 벌금을 물지 않습니다.

그러나 여의도에서 충정로까지 먼 거리는 아님에도 중간 반납소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오전 8시 45분, 1시간 대여 시간이 끝나자 따릉이 관리자로 부터 곧장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저는 물었습니다.

"(기자) 여보세요. 지금 공덕역 근처인데, 가장 가까운 반납소가 서울역인가요? 1시간 내에 여의도에서 서울역까지 가는 건 무리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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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그럼 동대문에 가세요."

"(기자) 네? 여기서 동대문을 가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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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근처 반납소 위치를 묻자 관리자는 서울시 지리조차 잘 알지 못하는 듯 했습니다. 동대문은 공덕역에서 2시간은 가야할 겁니다.

일단 따릉이 자출을 마치기 위해 충정로 한국경제신문 회사로 직진했습니다. 도착 시각 오전 9시 17분. 1시간 32분이 걸렸습니다. 결국 17분 지각했습니다.

더 큰 문제가 남았습니다. 반납이었습니다. 충정로에서 서울역까지 다시 가야만 했습니다. 이미 벌금 2000원(30분 당)은 추가 결제됐습니다. 24시간 대여 요금으로 낸 1000원보다 1시간 내 반납소를 찾지 못한 벌금이 2배 많습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큽니다.

◇ 서울=자전거 천국? 이러다 천국 가겠어요

서울시청에서 서울역 구간은 갑자기 끊긴 자전거 전용도로 때문에 갈 길을 잃었습니다. 분명 자전거 전용도로로 달리고 있지만 뒤에서 빵빵 거리는 차들 때문에 죄인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자전거를 들어 인도로 옮겼습니다. 18kg인 자전거는 종전 공공자전거보다는 가볍지만 여전히 무거웠습니다. 지하철역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도를 거쳐 힘겹게 반납을 완료했습니다. 양쪽 다리엔 이 날의 고난을 말해주는 멍이 선명하게 남았습니다.

자출을 끝내고 마음을 비웠습니다. 출근길 사고 당하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서울은 자전거 전용도로 자체도 부족한데다 전용도로는 대부분 불법 주정차로 끊어져 있습니다. 자전거는 버스와 택시와 우회전 차량과 함께 뒤엉켜 달리죠. 따릉이 대여 시스템보다 자출 족(族) 안전 문제는 여전한 숙제였습니다.

◇ 7월 말 다시 따릉이 자출…개선해주세요

서울시 공공자전거 사업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2010년도에도 운영했죠. 총 600여대를 투입했지만 저조한 이용률과 분실, 훼손 등 우여곡절 끝에 접었습니다. 당시 자전거 무게만 21kg, 무거워서 타기 힘들었습니다. 대당 설치비용이 636만원이라 예산을 제대로 감당하지도 못했습니다. 그래서 새로 출범한 따릉이에 대한 기대가 컸습니다. 하지만 뉴스래빗 점검 결과, 따릉이 사업이 활성화하기엔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았습니다.

뉴스래빗은 지난 1일 서울시청을 찾아 서울시 보행자전거과 공공자전거팀 관계자를 만나 물었습니다.

▶ (이하 기자) 반납소가 너무 부족하지 않나요.
"(이하 서울시 관계자) 서울시는 올 7월부터 500m 간격으로 4대문안, 신촌, 상암 등 5개 거점지역과 동대문, 용산 등 인접 지역에 따릉이 3600대를 추가 설치할 계획입니다. 대여소도 150개소에서 450개소로 확대합니다. 보다 쉽고 편리한 공공자전거 서비스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 1시간마다 의무 반납은 너무 불편해요.
"올해 기본 2시간 이용요금제를 도입하겠습니다. 현재는 2시간 이용 시 3000원(기본요금 1000원, 추가요금 2000원)을 냅니다. 하지만 2시간제가 도입되면 기본요금 2000원만 내면 됩니다. 1000원 더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 자칫 교통 사고 날까봐 불안해요.
"자전거 사고 치료비를 보험으로 보장하는 등 시민 요구사항을 반영할 예정입니다. 기존에는 자전거 하자와 상관없는 사고로 상해를 입으면 입원비 및 후유장애, 사망시에만 보험금이 지급됐습니다. 앞으로는 치료비도 지원받도록 보완하겠습니다."

▶ 자전거 도로 안전문제는 여전해요.
"자전거 전용도로를 늘리겠습니다. 4대문안, 신촌 등 기존 5개 지역이 양천구, 영등포 추가 지역과 이어지도록 양화로, 마포로 등에 자전거 도로 10.9km를 추가 설치합니다. 또 기존 자전거 우선도로에 노면표시 및 안내표지 등 총 1092곳 안전시설과 교차로구간 횡단도로를 설치합니다. 이면도로 안전시설 정비 및 자전거도로 내 불법 주정차 단속도 강화할 방침입니다."

그렇군요. 서울시의 약속대로 따릉이 사업이 개선되길 기대합니다. 오는 7월, 뉴스래빗은 따릉이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출근 체험을 다시 진행하겠습니다.

# 영상은 자전거용 블랙박스(맥컨)과 액션캠(소니)로 촬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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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래빗]은 한경닷컴 뉴스랩(Newslab)이 만드는 새로운 뉴스입니다. 토끼(래빗)처럼 독자를 향해 귀 쫑긋 세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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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김민성 기자, 연구=김현진, 이재근, 신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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