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영 한진해운홀딩스 회장은 2014년 경영 악화로 고전하는 한진해운을 시숙인 조양호 회장의 한진그룹에 넘겼다. 최 회장의 한진해운홀딩스는 유수홀딩스로 사명을 바꾸고 새 출발을 다짐했다. 주력 사업을 내주면서 회사의 살림살이가 넉넉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유수홀딩스는 한진해운을 운영하며 축적한 물류·선박관리 사업 노하우를 활용해 재기에 성공하는 모습이다.
유수홀딩스 '자회사의 힘'으로 22% 올라
◆독자생존 기반 구축에 성공

유수홀딩스 주가는 지난 2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보다 2.16% 내린 9520원에 마감했다. 개인이 차익 실현에 나서 소폭 하락했지만 올 들어 이 회사 주가는 22.36% 올랐다. 작년 6월1일 고점(1만3500원)을 찍고 작년 말까지 내리막길을 걸었지만 올 들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 회사는 △싸이버로지텍(물류 정보기술 사업) △유수에스엠(선박관리 사업) △유수로지스틱스(화물운송 중개 사업) 등을 운영하는 지주사다. 유수홀딩스 자회사들은 당초 한진해운을 지원할 목적으로 출범했다. 2013년 한진해운을 통해 올리는 매출 비중이 60%에 달했다. 한진해운과 결별하면서 유수홀딩스의 실적도 뒷걸음질칠 것이라는 우려에 투자자의 매도 물량이 쏟아졌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 보니 고객 기반을 빠르게 넓히면서 독자생존 기반을 마련했다. 주가도 반등했다. 싸이버로지텍은 유코카캐리어스 해인상선 등과 서비스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유수에스엠은 현대글로비스 SK해운 CJ대한통운 등으로 고객층을 넓혀 나갔다. 유수홀딩스 매출에서 한진해운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25%에서 작년 19%로 떨어졌지만 실적은 대폭 좋아졌다. 이 회사는 연결 기준 작년 매출이 전년 대비 7.4% 늘어난 5164억원, 영업이익은 81.1% 증가한 672억원을 기록했다. 김인필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유수홀딩스가 보유한 여의도 부동산 가치는 2000억원에 달한다”며 “자회사 실적도 좋아지는 만큼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여의도 외식사업도 눈길

유수홀딩스의 주력 자회사는 싸이버로지텍이다. 선박 및 터미널 운영시스템을 제공하는 이 회사는 작년에 매출 1173억원, 영업이익 522억원을 올리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동남아와 중동 지역에서 항만설비를 확장하는 만큼 올해도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울 것으로 예상된다.

노상원 동부증권 연구원은 “실적이 나빠진 국내외 해운사들이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선박·물류 운영시스템 투자를 늘리면서 싸이버로지텍의 실적이 늘어날 것”이라며 “유수홀딩스 주가는 싸이버로지텍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만큼 상승 여력이 크다”고 말했다.

유수홀딩스가 작년 말 여의도 본사 주차장 공간을 활용해 세운 외식타운 ‘테라스원’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하 2층, 지상 6층 규모의 테라스원은 ‘삼진어묵’ ‘리치몬드 베이커리’, 한식주점 ‘월향’을 비롯해 다양한 외식 브랜드가 입점하며 여의도의 명소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매년 140억원 규모의 사옥 임대료 수익을 올리는 유수홀딩스는 테라스원 덕분에 임대료 수익이 앞으로 연 10% 이상씩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송영규 유수홀딩스 경영총괄 전무는 “신사업을 발굴하고 자회사 실적을 관리해 매출을 확대하고 수익구조도 다변화하겠다”며 “앞으로 내실 경영을 통해 안정적으로 배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