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경단녀'의 눈물
정부가 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의 고용을 적극 독려하면서 금융투자업계도 경력 단절 여성 채용을 늘리고 있다. 하지만 단기 계약직이 주를 이루다 보니 새로 일자리를 얻은 여성들이 2년 만에 또다시 직장을 잃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2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HMC투자증권 스마트금융센터는 다음달 계약기간(2년) 만료를 앞둔 주부 직원 5명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비정규직 보호법에 따라 계약직 근로자로 2년간 일하면 정규직으로 의무 전환해야 해 이 기간을 채우기 전에 계약을 해지하기로 한 것이다.

이 스마트금융센터는 그동안 총 27명의 직원 중 25명이 주부일 정도로 경력 단절 여성을 적극 채용해 금융투자업계의 모범사례로 꼽혔다. 주로 전화 응대를 하는 업무 특성상 주부도 파트타임(시간선택제) 형식으로 근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HMC투자증권은 지난해 말 파트타임으로 일한 주부 5명을 풀타임 근무로 전환해 호평받기도 했다. 자녀의 학교 입학 등으로 시간적 여유가 생긴 주부들이 점차 근무시간을 늘릴 수 있도록 지원해 직원의 만족도가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음달 계약기간 만료를 맞는 주부 5명 전원에게 돌연 해고를 통보하면서 관련 여직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한 여성은 “다른 증권사보다 경력 단절 여성을 상대적으로 배려해준다는 평판과는 상반된 결정이 내려져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계약직이 주를 이루는 증권업계 특성상 계약직을 모두 정규직이나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기에는 비용 부담이 크다는 반론도 나온다. HMC투자증권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종합근무 평가와 향후 인력 운영 계획 등을 고려해 결정한 것”이라며 “경력 단절 여성을 지속적으로 채용한다는 계획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