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서 큰 관심을 끌지 못했던 중소형 엔터테인먼트 관련주가 부각되고 있다. 케이블TV 채널 엠넷(Mnet)의 걸그룹 멤버 선발 프로그램 ‘프로듀스101’이 인기를 끈 영향이다. 프로그램 출연자가 소속된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이 일반인은 물론 주식 투자자에게도 주목받으면서 ‘숨은 엔터주’가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대형 연예기획사인 에스엠과 와이지엔터테인먼트는 빠져 있지만 JYP를 비롯해 큐브엔터테인먼트, 판타지오 등 다양한 업체들이 출연자를 선보이고 있어 엔터업계의 전반적인 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평가다.
올들어 판타지오 94%·큐브 39% 급등
◆중소형 엔터주 부각

프로듀스 101은 걸그룹 데뷔를 꿈꾸는 연습생들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국내 46개 기획사 소속 101명이 참가했다. 각종 미션을 진행한 뒤 온라인 투표로 최종 11명의 멤버를 뽑는다. 프로그램 인기가 높아지면서 이들 소속사에 대한 증권가의 관심도 높다.

득표수가 많은 출연자들의 소속사 중 올 들어 가장 많이 주가가 오른 상장사는 최유정 연습생이 속한 판타지오다. 판타지오는 25일 코스닥시장에서 3.24% 오른 2070원에 장을 마감했다. 올 들어 주가가 94.37% 뛰었다. 최근 10거래일 상승률만 54.48%에 이른다. 이 기간 신사업 진출 같은 주가 급등을 이끌 만한 다른 호재가 없었던 만큼 프로그램에서 소속사 연습생의 인기가 상당 부분 주가에 반영됐다는 게 증권가 분석이다. 최유정 연습생은 1차 평가에서 3위, 2차 평가에서 2위에 올랐다.

상위권에 연습생들을 포진시킨 큐브엔터테인먼트도 올초 대비 주가가 39.16% 올랐다. 이 회사 소속 전소연과 권은빈 연습생은 2차 평가에서 19위, 25위를 각각 차지했다. 팬덤 현상을 보이는 전소미 연습생이 소속된 JYP는 같은 기간 2.07% 올랐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류 열풍 등에 힘입어 한국 엔터테인먼트산업에 대한 중국 자본 등의 관심이 많다”며 “일반인은 물론 전문 투자자들에게도 낯설던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관련 업체들이 인지도를 높인 것은 적잖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비상장 엔터업체의 기업공개(IPO) 기대도 커졌다. 이 프로그램에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김세정 연습생의 소속사인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가 향후 몸집을 키워 주식시장에 입성할지가 투자자들의 관심 대상이 됐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새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성장세가 가팔라지면서 다수의 엔터테인먼트 업체가 IPO를 추진했다”며 “더 많은 상장 후보군이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적개선 두드러져

과거 엔터주는 소속 연예인과 작품의 ‘반짝인기’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최근엔 실적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종목이 늘고 있다. 콘텐츠의 해외 수출과 화장품 등으로의 사업 다각화가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실적 추정치가 있는 12개 엔터업종 종목 모두 실적 개선세가 뚜렷했다. 지난해 영업적자를 낸 영화배급사 NEW와 드라마 제작사 삼화네트웍스는 올해 각각 75억원과 161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흑자전환할 것으로 예상됐다. 엔터업종 대장주인 CJ E&M의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는 743억원이다. 지난해(527억원)보다 41% 늘어난 수치다. 에스엠(464억원)과 와이지엔터테인먼트(295억원)의 전년 대비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 증가율은 각각 27%, 35%에 달했다.

음원 유통업체 로엔과 걸그룹 AOA, 유재석 등이 소속된 에프엔씨엔터, 한류스타인 배우 김수현의 소속사인 키이스트 등도 올해 영업이익 증가율이 20%를 웃돌 것으로 예상됐다.

심은지/윤정현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