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등 333곳 정기 주총…최태원 회장 2년만에 등기이사 복귀
기아차 주주권익 보호기구 '투명경영위원회' 설치


SK㈜와 기아자동차, 현대상선 등 대기업 333개사가 18일 일제히 정기 주주총회를 열었다.

이날 주총은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익 악화 지속 가능성 등 우려가 대두되는 가운데 오너가 책임 경영과 주주 권익 강화 기조가 화두로 등장했다.

지난해 광복절에 출소한 최태원 SK 회장은 이날 주총을 통해 등기 이사로 복귀해 책임 경영을 선언했다.

SK㈜는 이날 주총에서 최태원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등 주요 안건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최 회장은 2014년 3월 형사 사건으로 모든 계열사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이후 2년 만에 SK㈜ 등기이사에 복귀했다.

최 회장은 주총에 이어 열리는 SK㈜ 이사회에서 의장을 맡아 회의를 주재했다.

최 회장은 그룹 지주사인 SK㈜와 자회사들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경영활동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SK그룹은 전했다.

SK이노베이션은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고 유정준 SK E&S 사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주총에서 기아자동차의 기타 비상무 이사에 재선임됐다.

기아차 박한우 사장도 사내이사로 다시 임명됐다.

기타 비상무이사란 회사 내 경영을 직접 담당하지는 않지만 관련 업무를 하는 직책이다.

기아차는 현대차와 함께 현대차그룹의 핵심 계열사라 정의선 부회장이 당연직 형태로 기타 비상무이사가 되는 셈이다.

LG화학은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동생이자 지주회사인 ㈜LG의 신성장사업추진단장인 구본준 부회장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했다.

오너가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그룹 신성장추진단장으로서 LG화학의 소재부품 사업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주총을 통해 현대상선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현 회장이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것은 현대상선이 고강도 자구안을 추진하는 데 이사회가 더 중립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LG전자는 주총에서 MC 사업본부장인 조준호 사장과 H&A 사업본부장인 조성진 사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이에 따라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정도현 사장(CFO), 조준호 사장, 조성진 사장의 3인 각자 대표체제를 구축하고 기존 CEO였던 구본준 부회장은 이사회 의장을 맡게 됐다.

주주 권익 보호를 위한 기업들의 노력도 속도를 내고 있다.

기아차는 주총 후 이사회에서 이사회 내 독립적 주주권익 보호 기구인 '투명경영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투명경영위원회는 인수합병(M&A), 주요 자산취득 등 주주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 경영 사항이나 배당 등과 관련해 이사회에 주주의 권익을 반영하는 역할을 맡는다.

위원회는 사외이사 5인 전원으로 구성되며 내부에서 경영을 책임지는 사내이사와는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LG전자는 주총에서 사외이사가 이사회 과반을 점하도록 한 규정에 따라 이사회 정원을 기존 7명(사외이사 4명)에서 9명(사외이사 5명)으로 늘렸다.

기아차 이사들의 보수 한도는 지난해와 같은 100억원으로 동결됐다.

배당액은 전년 대비 10% 증가한 1천100원이었다.

SK㈜는 주총에서 임원들의 퇴직금을 대폭 줄이는 임원 보수체계 변경안도 통과시켰다.

회장, 부회장 등 고위 경영진에 대한 퇴직금 지급률을 최대 3분의 1 가량 축소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사외이사 4명을 포함한 이사 7명의 보수 한도는 전년과 같은 180억원으로 동결됐다.

SK이노베이션의 임원 보수 한도는 지난해와 같은 120억원으로 가결했다.

배당금은 주당 4천800원으로 결정했다.

현대상선은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4명의 이사보수 한도를 지난해 70억원에서 35억원으로 50% 삭감했고 현대상선 주주들은 7대 1 감자를 의결해 회사가 자본잠식에서 벗어나도록 했다.

(서울=연합뉴스)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