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라이프 사이클' 따져 봤나요?
기업의 성장 단계에 따라 주가의 향방을 결정짓는 지표도 달라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순이익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성장기엔 매출 증가 여부가 중요한 반면 이익 성장세가 정점을 지나 성숙기에 접어든 기업에는 현금흐름이 주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15일 KDB대우증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내 주요 200개 상장사로 구성된 코스피200 가운데 성숙기, 성장기 종목은 각각 40.5%, 3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종목은 성장기를 지나 자산 매각 등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침체기(8%), 본격적인 성장기에 접어들지 못해 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인 도입기(5%) 기업들에 비해 비중이 크고 주가 수익률도 높았다.

성숙기 기업은 현금흐름의 개선, 성장기 회사는 매출 증가세 여부가 주가 차별화 요인이었다. 김상호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그 사례로 성숙기에 속하는 기업인 아모레퍼시픽과 한국전력을 비교했다.

아모레퍼시픽의 현금흐름은 지난해 1분기 이후 주춤했고 주가는 그해 2분기 말부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비해 한국전력은 2014년부터 현금흐름이 지속적으로 개선됐고 이는 주주환원방안 확대에 대한 기대로 이어지면서 주가도 꾸준히 우상향 그래프를 그렸다. 김 연구원은 “성숙기에 들어선 기업은 설비투자를 줄이기 때문에 채무상환과 배당, 자사주 매입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잉여현금흐름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매출 대비 현금흐름 개선폭이 큰 종목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포스코 삼성SDS KT&G 등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의 매출 대비 현금흐름은 지난해 3분기 16.5%에서 4분기 20%로 늘었다.

성장기 기업에서는 현금흐름 개선 여부가 주가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김 연구원은 “성장기 기업은 영업활동 관련 현금흐름이 둔화돼도 외부차입이나 자금조달을 통한 투자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현금흐름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작다”고 설명했다. 이들 기업은 이익이나 현금이 일시적으로 줄어도 외형 확대가 지속되면 주가는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현금흐름보다 매출 증가율이 주가의 움직임에 더 중요하게 작용했다는 의미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증가율이 지난해 3분기보다 4분기에 크게 개선된 성장기 종목엔 현대모비스 LG전자 엔씨소프트 삼성전기 KCC 등이 꼽혔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