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평가 대형주 위주 매입…'추세적 귀환'인지는 불확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달 들어 국내 증시에서 2조원 가까운 순매수를 기록하며 코스피 랠리를 견인하고 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들어 11일까지 8거래일 동안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1조9천225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특히 지난 10일에는 6천509억 원어치를 순매수해 작년 4월22일(7천445억원) 이후 근 11개월 만에 최대 순매수액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영향으로 지난 11일 코스피는 1,970선을 돌파하며 연중 최고점을 경신했다.

외국인들은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이 낮은 저평가 대형주들을 쓸어담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 기간에 외국인들은 포스코(2천71억원), 삼성전자(1천830억원), 현대차(1천491억원), SK하이닉스(1천427억원), 현대중공업(1천28억원) 순으로 많이 사들였다.

연초 금융시장 불확실성을 극대화했던 국제유가 폭락세가 진정되고 글로벌 정책 공조에 대한 기대감이 퍼지며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많이 누그러진 결과로 보인다.

김예은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의 하락(원화가치 상승)과 위험자산 선호심리의 회복으로 외국인들이 당분간 순매수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25일 달러당 1,238.8원을 찍으며 5년8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뒤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외국인의 단기 환차익을 가능하게 하는 요인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이 3월 통화정책회의를 통해 기대 이상의 부양책을 내놓은 뒤 열리는 미국과 일본 중앙은행의 이번 주 회의에 대한 기대감도 외국인의 한국 주식 투자심리를 자극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외국인 매수세를 '추세적 귀환'으로 보긴 어렵다는 관측도 많다.

원/달러 환율 급락 등 일시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경욱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의 외국인 매수세는 그간의 과매도에 따른 되돌림, 주요국 중앙은행 추가 부양 기대감, 가팔랐던 원/달러 환율 상승 후의 기술적 반락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단기 이벤트"라고 판단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매크로팀장도 "외국인이 최근 국내 증시에서 순매수에 나선 것은 국내 주식에 대한 투자 매력을 느껴서라기보다는 상대적으로 조금 나아 보여 눈을 돌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우리나라 주식의 투자 매력이 높아지려면 경기와 실적 요인에 의한 모멘텀이 빠른 속도로 개선돼야 하는데 지금까지 확인된 지표들은 실망스러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sj99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