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에겐 생소하지만 업계에서는 잘 알려진 독보적인 기술력을 가진 회사가 주목받고 있다. 기관과 외국인투자자도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 경쟁력을 갖춘 업체에 투자하는 추세다.
기(技)가 탄탄하니 주가도 곧 기(氣) 받는다
◆“고유 기술 있어야 유망”

선박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선박평형수 관리 기술을 보유한 한라IMS는 11일 코스닥시장에서 1.32% 오른 7690원에 장을 마쳤다. 올 들어 주가가 14.77% 상승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36.58% 뛰었다.

1989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평형수의 양과 수질을 측정·정화하는 시스템을 생산하고 있다. 세계 선박평형수 시장에서 3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1위 업체다.

2014년까지만 해도 국내 증권사 가운데 한라IMS를 분석하는 곳은 없었다. 지난해 BNK투자증권이 한라IMS를 비롯해 이엠코리아 엔케이 등 선박평형수 제조업체를 분석 대상에 올리면서 이목을 끌었다. 이어 평형수 처리 기술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KDB대우증권 하나금융투자 SK증권 동부증권 등이 이엠코리아에 대한 분석보고서를 내놓았다. LIG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등도 엔케이를 분석 대상에 추가했다. 이승은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제해사기구(IMO)가 선박에 평형수 처리 설비를 의무화하는 ‘선박평형수 관리협약’ 발효를 추진하고 있다”며 “전 세계 선박평형수 처리장치 시장이 8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보다 해외 경쟁력이 중요

여러 업종에 걸쳐 고유 기술을 갖춘 업체에 대한 관심은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현재 주가 흐름이 부진하더라도 향후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만큼 저가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조언이다.

대신증권은 최근 해저 광통신 케이블 설치 기술을 갖고 있는 KT서브마린과 안과에서 쓰는 안광학장비 제조업체 휴비츠를 분석 대상에 포함했다. 3차원 시각효과(VFX) 영상 전문업체 덱스터, 모바일 보안업체 솔라시아도 분석하고 있다. 고유 기술력을 기반으로 해외에서 더 인정받고 있는 회사들이다. 이 중 KT서브마린은 올해 큰 폭의 이익 개선이 예상된다. 안형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KT서브마린은 해외 성장세를 토대로 올해 매출 1050억원, 영업이익 138억원을 낼 것”이라며 주가 상승 여지가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올 들어 외국인과 기관투자가가 순매수한 코스닥 상장사 중에도 ‘고유 기술주’가 많다. 기관투자가는 KT서브마린 휴비츠 유아이엘 슈프리마 등을 담았다. 외국인은 휴젤 크루셜텍 휴비츠 유아이엘 파버나인 등을 사들였다.

이 가운데 유아이엘은 올해 스마트폰의 키버튼 등 금속 부자재 주문량 증가의 수혜를 볼 전망이다. 의료기기와 냉장고 손잡이 등 금속 소재의 표면처리 기술을 갖고 있는 파버나인은 올해 흑자전환하며 실적 턴어라운드에 성공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박양주 대신증권 기업분석부 연구원은 “고유한 기술을 갖고 있는지 여부가 향후 주가 상승의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서울반도체처럼 뛰어난 발광다이오드(LED) 기술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업황이 좋지 않아 주가가 부진한 기업은 중장기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원재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중국 기업의 저가 공세 속에서도 서울반도체는 견조한 실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주가가 지지부진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매력적”이라고 진단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