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주식시장이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시황과 관계없이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한국형 헤지펀드(투자형 사모펀드)가 뭉칫돈을 끌어모으고 있다. 투자자들의 불안심리가 고조되면서 라임자산운용 등 신생 자산운용사들이 앞다퉈 신규 펀드를 내놓고 투자자 몰이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라임·그로쓰힐·디에스·타이거…이름도 낯선 헤지펀드로 '뭉칫돈' 몰린다
◆헤지펀드 4조원 육박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운용 중인 헤지펀드 전체 설정액은 3조8940억원으로 4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엔 주요 롱쇼트 펀드(상승 예상 종목은 사고 하락 예상 종목은 공매도 하는 펀드)들의 성과 부진에 투자자들의 이탈이 많았지만 올 들어 이날까지 4905억원의 뭉칫돈이 헤지펀드로 순유입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라임, 그로쓰힐, 디에스, 타이거 등 9개 신생 운용사들이 한 달 새 13개 펀드를 잇따라 신규 설정, 1112억원을 끌어 모았다. 절반가량(671억원)의 자금은 디에스자산운용의 4개 펀드로 들어갔다. 라임은 지난 연말 2개 펀드를 출시한 데 이어 지난달 ‘라임비앤비’ ‘라임마티니’ 등 2개 펀드를 추가로 설정, 209억원을 끌어모았다.

펀드 개수도 지난 연말 46개에서 63개로 급증했다. 투자자들은 기존보다 다양한 상품들로 분산투자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지난해 10월 이후 사모펀드의 최소 가입금액이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아지면서 ‘펀드당 투자자가 50인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기존 규제는 풀리지 않아 운용사들이 펀드 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은 아쉽다는 지적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1억원 가입자들로만 49인을 채우면 설정액이 50억원 수준에 그친다”며 “이 정도의 자금으로는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기 힘들어 수익을 내는 데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엇갈린 수익률

신생 펀드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투자자 선택 폭은 넓어졌지만 연초부터 수익률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어 펀드 간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올 들어 두 달 동안 자체 종목 리서치를 통해 상승 예상 종목을 사고, 하락 예상 종목을 공매도하는 펀더멘털(내재가치) 롱쇼트 전략에서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지난해 말 헤지펀드 시장에 뛰어든 새내기 펀드 ‘라임 모히토’는 올 들어 지난 7일까지 7.23%의 수익률을 거둬 연초 수익률 집계가 가능한 37개 펀드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시장 수익률(코스피지수)은 -0.18%였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는 “지난해와 달리 연초 시장 분위기가 바뀔 것으로 내다보고 바닥권에 있던 철강 건설 조선주 등의 편입비중을 늘리고 고평가 상태인 음식료 제약 화장품주는 공매도한 전략이 적중했다”고 말했다.

올 들어 신규 설정된 ‘파인밸류IPO플러스’(7.27%) ‘디에스秀’(5.62%) 등 일부 새내기펀드들도 4~7% 수익률을 거뒀다. 하지만 시장 움직임과 반대로 투자전략을 세웠던 일부 롱쇼트펀드는 10%가 넘는 손실을 봤다. ‘대신에버그린롱숏’(-16.97%) ‘브레인태백’(-14.98%) 등 헤지펀드 선발주자들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고수익을 추종하기보다는 수익률 변동성이 적은 펀드들이 주목받게 될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허윤호 삼성자산운용 헤지펀드 본부장은 “롱쇼트 같은 단일 전략의 상품보다는 시황에 따라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는 이벤트드리븐(분할, 전환사채 발행 등 기업 이벤트에서 발생하는 주가 차익 매매) 등 멀티전략 상품을 권한다”고 설명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