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한국금융 등 6곳 인수 의향…"실사 협조 안 돼" 불만 표출

현대증권 매각 자문사인 EY한영 회계법인이 인수 후보 6곳에 이번 주중 1차 투자 안내서를 발송한다.

인수 후보들이 가격과 자금 조달 계획을 써내는 본입찰 마감일은 오는 24일로 잠정 결정됐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번 투자 안내서에는 가격과 자금조달 능력이 본입찰 과정에서 최우선 고려 요소라는 내용이 담긴다.

매각작업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결국 중요한 것은 누가 얼마나 높은 금액을 써내느냐가 될 것"이라며 "현대그룹 구조조정 차원에서 매각이 추진되는 만큼 순현금 유입액 등 가격 조건을 최우선으로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증권 인수에는 한국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 외에 파인스트리트, LK투자파트너스, 글로벌원자산운용, 홍콩계 액티스 등 국내외 사모펀드(PEF) 4곳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매각 대상 지분은 현대상선이 보유한 22.43%와 기타 주주들이 가진 0.13% 등 22.56%다.

이 지분의 시장가치는 7일 종가 기준(6천720원)으로 3천500억 원대에 불과하지만, 인수전이 다자 구도로 형성되면서 크게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대우증권 매각이 마무리돼 대형 증권사가 새롭게 매물로 나오기 어려운 상황인 데다가 비교적 적은 인수 대금으로 자기자본 3조3천억원짜리 대형 증권사의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점이 이번 인수전의 흥행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투자 안내서에는 자금조달의 확실성 및 거래종결 능력과 같은 비가격 요소에 대한 설명도 담긴다.

이 관계자는 "인수 후보자가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을 통과할 수 있을지 등도 살펴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그룹은 지난해 오릭스 프라이빗에쿼티(PE)와 현대증권 매각 계약을 체결했지만 '파킹딜(경영권을 매각하는 것처럼 꾸미고서 일정 기간 뒤 다시 지분을 되사는 계약)' 논란이 불거지면서 매각작업이 무산된 바 있다.

한편 본입찰을 앞두고 인수 후보자와 매각 주체 간에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EY한영 회계법인과 현대그룹은 예비실사 기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인수 후보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실사 마감일을 애초 이달 11일에서 18일로 늦춰놓은 상태다.

그러나 유력 인수 후보인 한국금융지주 등이 실사 자료 및 협조가 부실하다고 주장하면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한국금융지주 관계자는 "잠재부실 등을 파악하는 데 충분한 자료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어 실사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현대증권 노조는 조합원의 생존권과 영업권을 먼저 보장하라고 인수 후보군을 상대로 각을 세웠다.

이동열 현대증권 노조위원장은 "현대증권 노동자에게 귀책사유가 있는 매각이 아닌 만큼 매각에 원칙적으로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 위원장은 "모기업의 잘못으로 인해 진행되는 매각이므로 조합원의 생존권과 영업권에 대한 보장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대그룹은 그룹 차원의 자금 조달 및 자구안 이행 계획을 고려해 이달 말까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마무리 지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sj9974@yna.co.kr